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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세련된 오프로더, 랭글러 사하라

[1] 자동차/시승기, 칼럼, 르포

by 박찬규 기자 2012. 12. 1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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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park.com, photo by Justin Parkⓒreporterpark.com, photo by Justin Park

 

 

[Seoul, Korea -- reporterpark.com] Justin Park, 2012.12.16.Sun.

 

 짚 랭글러는 단순한 차다. 복잡하고 어려운 거 싫어하는 차다. 그런데도 인기가 많다. 괜히 끌리는 매력이 있다. 폐차할 때까지 한번 제대로 써보기도 힘들 만큼의 많은 편의장비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차라고 단정 짓기도 어렵다. 그냥 적당히 어느 길이든 잘 달리는 데 필요한 기능만 충실히 갖췄을 뿐이다. 

 

 생김새도 독특하다. 멀리서 봐도 딱 랭글러다. 적어도 JEEP차라는 것 정도는 알아차릴 수 있다. 투박하고 단순하다. 그리고 꽤나 튼튼해 보인다. 탱크같이 두꺼운 철판으로 옷을 해 입었다. 그래서 문 닫을 때도 문짝을 사정없이 닫아줘야 잘 닫힌다. 그냥 터프가이처럼 당당하게 쾅 닫으면 된다. 

 

 랭글러는 놀이터 같다. 차에 막 올라타서 놀아도 된다. 범퍼 위에 걸터앉아서 신발 끈을 동여맬 수도 있고. 지붕을 다 뜯어내고 몸을 내밀 수도 있다. 험난한 길을 돌파하다가 아래를 쉽게 내려다 볼 수 있고. 필요할 땐 차에 매달려도 된다. 물웅덩이도 거뜬하다. 물을 튀기며 당당하게 헤쳐 나갈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마치 ‘후룸라이드’를 타는 듯하다. 주변으로 촤악~ 퍼지던 물줄기 생각만 해도 온 몸이 시원해질 지경이다.

 

 

ⓒreporterpark.com, photo by Justin Park

 

 

 오프로드 성능은 굳이 얘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차다. 짚 또는 랭글러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설명이 된다. 일반 도로 위에선 스포티지에게도 압박을 당할 수밖에 없지만, 신발에 흙 좀 묻는, 고상함과 거리가 먼 거친 길에선 날쌘돌이가 따로 없다. 

 

 그런데 이번에 시승한 ‘랭글러 언리미티드 사하라’는 언뜻 보기에 생긴 게 다른 랭글러와 비슷하지만, 최고급 라인업에 속한 모델이다. 그동안 알고 있던 ‘루비콘(Rubicon)’라인업과 비교하면 휠 사이즈가 커졌고, 타고 내릴 때 이용하는 발판도 달렸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도심 주행에 약했던 기존 라인업의 단점을 보완한 게 사하라라고 볼 수 있다. 언리미티드는 4도어 모델로, 2도어 모델 보다 길이가 52cm쯤 더 길다. 그래서 실내공간이 조금 더 넉넉하다. 

 

 사하라는 일상 생활에서도 편리하도록 다양한 편의장비를 챙겼다. 단순하고, 복잡한 거 싫어하던 랭글러가 6.5인치 터치스크린 내비게이션, DMB, DVD, 40Gb 내장 하드디스크까지 갖췄다. 후방카메라도 달렸다. 어디서든 즐겁게 음악 들을 수 있도록 인피니티 오디오도 탑재됐다.

 

 

ⓒreporterpark.com, photo by Justin Park

 

 

 성능 얘기도 빼 놓을 순 없다. 최고출력은 겨우 200마력 밖에 안 된다. 그것도 배기량이 2.8리터나 되는, 작지 않은 사이즈의 디젤엔진을 얹었는데도 고작 그 정도다. 이런 엔진과 맞물리는 변속기도 평범한 5단 자동에 불과하다. “애게~ 요샌 2리터 엔진이 180마력도 내던데?” 뭐 이럴 수 있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사람들의 시각이니까 충분히 그렇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의 느낌과 연결되는 토크 얘기를 하면 조금 달리 보일 수도 있다. 46.9kg.m라는 토크를 1,600rpm에서2,600rpm까지의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도 일정하게 뽑아낼 수 있다. 실제로 운전을 하면서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엔 힘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생각 이상으로 가속감될 때 느낌이 좋다. 걸걸대는 트럭 같은 엔진 사운드도 재미에 한 몫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름도 거창한 커맨드-트랙 사륜구동 시스템이 기본으로 들어있다. 특히 고속과 저속 네바퀴굴림 모드가 있어서 어떤 상황에서도 까탈스레 굴지 않는 점이 매력이다. 약간 험한 길이나 미끄러운 도로에선 4H로 놓고 달리면 되는데, 이땐 힘을 앞바퀴와 뒷바퀴에 반반씩 나눠 전달한다. 많이 험한 길에선 사륜 로우기어인 4L 모드로 변경하면 엔진 토크가 270% 늘어난다고 한다. 고속으로 달리기 보다는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발을 내디딜 때 필요한 기능이다. 일반적인 차는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는 불평만 늘어놓기 일쑤다. 랭글러는 어디든 가면 길이 된다. 자유로움 그 자체다. 

 

 예전에 랭글러 루비콘을 탔을 땐 아쉬움이 남았다. 일반 도로 위에서 허덕이는 모습이 불쌍하기까지 했었다. 게다가 운전 말고는 이래저래 즐길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게 투박했던 랭글러가 세련미를 더해 현대적 감각의 오프로더로 태어난 것이다. 일반 도로에서의 고속주행 능력을 키웠지만, 험한 길에서도 망설임이 없다. 어디서든 당당해졌다. 그것이 랭글러 사하라의 매력이다.

 

 

ⓒreporterpark.com, photo by Justin Park

 

 

 사하라를 시승하면서 ‘이런 차 한대 있으면 주말에 여행 다니기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가격을 알아보니 랭글러 사하라 2도어가 4,910만원이었다. 캠핑 다닐 때 짐을 많이 실어야 해서 4도어 가격도 살펴봤다. 5,170만원이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저렴한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분명 고민되는 가격이다. 그런데도 가끔씩 핸들을 쥔 내 모습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박찬규 기자 star@repor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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