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9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행사
[Seoul, Korea -- reporterpark.com] 2012.11.22.Thu.
현대자동차가 지난 3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의미 있는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가장 오래된 모델인 ‘포니(PONY)’와 가장 젊은 모델인 i30/i40/벨로스터 등 ‘PYL’차종을 전시했는데요, 브랜드 헤리티지(heritage) 구축을 위해서랍니다.
전통과 역사를 되돌아보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이런 ‘역사 마케팅’을 실시한 거죠. 일단 현대가 이런 움직임을 보인 건 수입차를 견제하고, 넘어서기 위해섭니다. 현대차 내부에서도 수입차 업체들과 비교해서 브랜드 헤리티지가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거든요.
▲30년 넘게 지속된 '폭스바겐 뵈르터지 투어'
사실 해외엔 클래식카를 앞세운 전시회가 꽤 많습니다. 돈 많은 분들이 집 앞마당에다 차 자랑하려고 늘어놓으면서 시작된 것도 있고, 같은 차를 타는 사람들끼리 모임을 갖다가 브랜드 축제로 거듭난 사례도 있습니다. 클래식카 전시나 경매가 이뤄지고, 출시 되지 않은 컨셉트카까지 전시되기도 하죠. 직접 타 볼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는 건 기본이고요.
▲포니에 큰 관심이 몰렸다
그런데 말이죠, 우리나라는 클래식카라는 개념 자체가 없습니다. 그냥 ‘중고차’일 뿐이죠. 자동차와 함께 즐기는 문화가 형성되지 못했고, 자동차는 단지 ‘탈 것’에 불과했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차 만들어 파는 회사들의 책임도 있습니다. 새 차 팔기에 급급했거든요. 그래서 오래된 모델에 대한 관리가 소홀했었고, 그런 차를 타는 사람에 대한 예우는 당연히 없었죠. 그러다 보니 오래 타고 싶어도 부품이 없고, 뭐 하나 고치려 해도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들고, 결국 새 차를 사게 되고. 그렇죠?
결국 이런 악순환은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충성도는 바닥이고, 날로 치솟는 차 가격에 할 말을 잃고. ‘이럴 거면 대접받는 수입차 타는 편이 낫지…’ 하는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수입차 타면 대접받는다는 인식은 단지 비싼 차를 탔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그 회사의 헤리티지가 뒷받침 됐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차 사는 사람들은 오랜 시간 동안 만들어진 그런 기업 이미지를 구입하는 셈이죠.
▲포드 머스탱 클래식카 차체
문득 떠오르는 게 있군요. 미국 포드자동차는 머스탱의 클래식 모델의 차체를 팔고 있습니다. 문 손잡이는 물론, 후드와 트렁크까지 모든 부품도 여전히 만들고 있죠. 차고에서 차를 직접 조립, 복원하는 사람들을 위해섭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독일 폭스바겐은 비틀의 정체성을 이은 ‘더 비틀’을 내놨죠. 오리지널 비틀과, 뉴 비틀을 섞은 디자인이 특징입니다. 반응 또한 뜨겁습니다.
▲포니 출사대회도 진행됐다
클래식카라고 해서 굳이 ‘오래된 차’ 그 자체로만 접근하지 말고 새로운 시도를 한번 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새로운 생각, 새로운 가능성’이라는 기업 슬로건을 내건 만큼 말입니다. 포니 차체에 아반떼 엔진을 얹는 등 특별판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배출가스 규제도 피하면서 정비도 쉽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 차를 산 사람들에겐 물론 유-무형의 혜택이 주어져야겠지요.
현대는 이번 포니를 시작으로 코티나, 스텔라, 겔로퍼 등 다양한 차종을 전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특히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 하는 다양한 행사도 준비한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번 시도는 칭찬할 만 합니다만, 실제로 “잘했다”고 하기 까지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바로 ‘연속성’이죠. 단지 보여주기만을 위한 행사로 끝나면 안 된다는 말이겠죠. 이왕 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제대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현대차, 잘할 수 있겠죠? 네?
박찬규 기자 star@repor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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