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Korea -- reporterpark.com] 2012.11.12.Mon.
알티마는 그냥 패밀리 세단이었고, 그냥 ‘적당했던’ 세단이라는 기억이 깊이 남아있다.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성능, 적당한 외모. 사실 이런저런 뛰어난 기술력을 강조했지만 적어도 국내시장에서만큼은 잘 통하지 않았다. 물론 이전까진 그랬다. 5세대로 거듭난 새로운 알티마는 모든 게 달라졌다. 화려한 외모와 함께 강한 내공을 은근히 드러내는 차다. 지난 19여년을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실력을 쌓아온 덕분이다.
구형의 첫인상은 평범했지만, 신형은 한층 더 화려하다. 눈에 확 띈다. 풀-체인지 모델답게 구석구석 잘 다듬어서 완전히 새롭게 만들었다. 큼지막한 그릴 테두리엔 크롬으로 멋을 냈고, 눈매도 화살촉 같은 형상이어서 날카로운 인상을 풍긴다. 그리고 앞모양의 인상이라면 낮고 넓다. 안정감이 느껴진다.
옆모양은 단정하게 잘 다듬은 두툼한 선과 면이 조화를 이룬다. 크게 튀지 않으면서 부드럽다. 구형보단 조금 더 근육을 멋지게 표현하고 있다. 앞바퀴굴림방식임에도 길지 않은 오버행, 트렁크 쪽으로 갈수록 살짝 높아지는 선은 역동성을 ‘은근히’ 보여준다.
뒷모양은 전면 디자인에서 연속된다고 볼 수 있다. 화살촉을 형상화한 테일램프, 커다란 칼(刀) 모양의 중앙 크롬 장식, 멋스런 트윈 머플러가 강한 인상을 풍긴다.
“신형 알티마의 이중성”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았다. 처음 든 생각은 인테리어가 인피니티와 어딘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고급스러워졌다는 얘기겠지만, 알아보니 실제 일부 부품이 공유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놀라움도 잠시, 몸에 착 감기는 편안한 시트가 인상적이었다. 포근히 안기면서도 출렁이지 않는다. 닛산이 기술력을 총 동원해서 만든 ‘저중력 시트’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NASA(미항공우주국)의 연구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한 시트다. 일본에서는 척추를 지지해주는 시트라는 뜻에서 ‘스파이널 서포트 시트’라고 부르지만, 미국에서는 무중력상태와 같은 편안함을 준다고 해서 ‘제로 그라비티 시트’라고 부른다. 이름이야 어떻든 시트에 닿는 특정 부위에만 체중이 쏠리던 걸 개선해서 몸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게 핵심이다. 그래서 오랜 시간 운전 해도 편안하다. 뒷좌석에도 적용됐다. 기존 시트보다 30%쯤 허리 부담이 줄었다고 한다.
고급스럽고 편안한 실내공간에 감동하고 있을 무렵, 알티마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 날카로운 코너링과 위기 상황에서도 안정감을 잃지 않은 유연한 하체 덕분이다. 뼈대는 단단하지만 근육이 유연한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신기술이 적용돼 차를 이리저리 과격하게 몰아도 안정감을 잃지 않는다. 스포츠카의 단단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충분히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롭다.
이는 액티브 언더-스티어 컨트롤(AUC)과 새로워진 리어 서스펜션 덕분이다. AUC는 닛산 차 최초로 적용된 신기술로, 코너링 시에 안쪽 앞 바퀴에 제동을 걸어 운전자가 쉽게 코너를 공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경우 뒷바퀴가 바깥으로 흐르며 자세를 잃을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신기술로 이를 보완한다. 뒷바퀴가 앞바퀴처럼 조향이 되는 건 아니지만, 토우와 캠버 값이 변하며 자동차의 자세를 유지해 주는 기능이다. 전철을 탔을 때 한 손으론 손잡이를 잡고, 발목을 움직여 자세를 잡는 동작을 생각하면 쉽겠다. 예전에 현대가 NF쏘나타에 옵션으로 잠깐 적용했다가 포기한 기술이다.
두 기능은 모두 VDC(차체 다이내믹 컨트롤)와 TCS(트랙션 컨트롤 시스템)를 기반으로 동작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운전자가 거의 알아차리지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안전을 위한 기능이지만,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길 땐 매우 유용했다. 계속되는 연속 코너링에서도 수준급의 몸놀림을 보여준다. 물론, 타이어가 바뀐 탓도 크겠다.
알티마는 연비와 주행성능에서도 이중성을 드러냈다. 살살 달래면서 타면 한없이 안락해지고, 채찍질을 하면 스포츠카로 돌변한다. 새로운 CVT와 함께 탄탄한 하체가 이중성을 가능케 했다고 볼 수 있다.
시승한 건 최고출력 180마력, 24.5kg.m의 최대토크를 내는 2.5리터 모델. 수동 변속은 할 수 없었다. 3.5 모델에서만 지원된다. 그렇지만 스포츠 모드가 있어서 크게 불편하진 않았다. 어차피 CVT의 특성상 엔진 회전수 사용이 자유롭다. 필요에 따라 스포츠 버튼을 누르거나 DS모드로 레버를 옮기면 상황에 맞는 최적 RPM으로 변한다. 4,000rpm 이상에서는 반응이 꽤 빨라진다.
고속도로 기준으로 리터당 15.7km에 달하는 연료효율은 시속 80km로 달릴 때 엔진 회전수가 1,200rpm에 불과하다는 점이 입증해 준다. 차세대 엑스트로닉 CVT로 바뀌면서 좋아진 점이다. 변속기 내부 마찰을 40% 줄여 내구성을 높이고, 제어 로직을 변경했다.
“계속 타고 싶은 차, 알티마”
신형 알티마는 꽤 오랜 시간 운전을 했음에도 피로감이 덜했다. 운전이 참 편했다. 신경 쓸 게 조금씩 줄어든 차다. 이리저리 핸들을 돌리는 상황에선 차가 슬그머니 운전자를 도와주고, 국도에서 앞 차를 추월할 때에도 어려움이 없었다. 게다가 포근한 시트는 몸을 가볍게 받쳐줘 언제나 편안함을 유지할 수 있게 돕는다. CVT도 장거리 주행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변속 충격이 전혀 없는 데다, 낮은 RPM을 유지할 수 있어서 효율과 안락함이라는 두 가지 선물까지 받을 수 있었다. 꽤나 매력적으로 변한 신형 알티마의 가격은 2.5리터 모델이 3,350만원, 3,5리터 모델이 3,750만원이다.
박찬규 기자 star@reporterpark.com
* Daum 자동차 카포터, <박찬규의 1단기어>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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