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Korea -- reporterpark.com] Justin Park, 2019.11.07.Thu.
익숙한듯 새로웠다. 새로운 투싼의 첫인상은 이전과 비슷하면서도 크게 바뀐 모습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보이는 것 외에도 페달을 밟을 때도, 운전대를 돌릴 때처럼 몸으로 느껴지는 것도 그랬다. 부쩍 커버린 동생들이나 한층 성숙해진 형님들 틈새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가 어려웠지만 이젠 제 목소리를 내는 듯하다.
이번에 시승한 2020년형 현대 투싼은 지난달 10일 출시된 따끈따끈한 신차다. 상품성을 크게 높인 게 특징인데 진입장벽을 낮추면서도 여러 인기품목을 기본화한 게 핵심이다. 얼떨결에 틈새에 끼인 신세가 된 만큼 시장의 흐름에 발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겠다.
◆바뀐 건 생각보다 많아… 합리적 선택하길
2020년형으로 숫자가 달라지면서 사소한 것들도 싹 업그레이드됐다. 기존엔 중간트림인 모던에서부터 적용할 수 있던 버튼으로 시동을 거는 시스템이라던가 LED주간주행등이나 도어포켓 라이팅을 전 트림에 기본 적용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고르려면 돈을 더 써야 했지만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
겉모양도 좀 달라졌다. 전면 그릴이 번쩍거리는 ‘유광 크롬 가로바 타입 라디에이터 그릴’로 바뀌었다. 이전엔 최고급형에서만 적용됐지만 이젠 기본이다.
그리고 트림 운영도 달라졌다. 그동안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서 소비자가 선호하는 품목을 조합, 패키지로 묶은 ‘초이스’ 항목을 추가했다. 물론 아무리 합리적으로 구성된 패키지라 해도 결국 추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꼭 필요한 것을 잘 선택해야 소형SUV 가격에 넉넉하면서 편안한 차를 고를 수 있다.
모던 초이스는 엔트리트림인 스마트에서 고를 수 있는데 앞좌석 열선/통풍시트, 열선 스티어링휠, 듀얼 풀오토 에어컨 등을 묶었다. 주력트림인 모던에서는 베스트초이스 패키지를 고를 수 있다. ▲8인치 내비게이션 ▲스마트 파워테일 게이트 ▲앞좌석 통풍시트 ▲듀얼 풀오토 에어컨 등의 품목이 포함된다.
시승차는 모던트림의 이른바 ‘풀옵션’ 차다. 가솔린 1.6리터 터보엔진에 7단 DCT가 맞물리는 2391만원짜리 모던트림에서 4WD(HTRAC, 전자식 AWD)를 추가했으니 기본가격은 2587만원부터 시작한다. 여기에 프리미엄시트 패키지(83만원)를 더하고 베스트초이스(177만원)를 추가했다. 이 경우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포함한 현대스마트센스와 서라운드뷰모니터 등의 고급 편의품목을 더한 플래티넘 품목을 추가할 수 있는데 279만원이 더 든다. 마지막으로 LED헤드램프와 LED테일램프에 19인치 알로이휠이 포함된 스타일패키지를 더하니 123만원이 올라간다. 마지막으로 파노라마선루프 103만원도 넣었다.
정리해보자. 시승차는 3352만원짜리 풀옵션 상태다. 기본가격만 놓고 보면 2391만원으로 꽤 합리적이지만 선택가능한 품목을 모두 보여주기 위해 이것저것 넣다 보니 옵션만 961만원어치나 들어갔다.
다양한 품목이 잔뜩 들어간 게 좋다면 차라리 최상위트림인 ‘인스퍼레이션’을 추천한다. 2898만원부터 시작하지만 웬만한 건 다 기본이다. 만약 모던 트림을 선택할 예정이라면 현대스마트센스와 베스트초이스를 함께 넣는 수준을 권하며 이 경우 가격은 2666만원이다. 소형SUV와 크게 차이 나지 않으니 선택폭이 넓어진다. (개별소비세 3.5% 기준)
◆무난한 주행감각, 한계치는 높은 편
투싼에 탑재된 1.6리터 가솔린 터보엔진의 최고출력은 177마력, 최대토크 27.0kg.m다. 7단 DCT가 맞물리고 HTRAC 덕분에 네바퀴에 골고루 힘을 줄 수 있다. 4WD, 19인치휠 모델 기준 무게는 1615kg이고 복합 공인연비는 리터당 10.4km다. 시속 100km로 크루즈콘트롤을 맞추고 50km쯤을 이동했을 때 연비는 리터당 14~15km쯤이었다. 편하게 막 탔을 때와 막히는 출퇴근을 포함했을 때 9km쯤 됐다. 아반떼 스포츠는 물론 다른 차종에서도 이미 검증된 파워트레인인 만큼 믿어도 된다.
주행질감은 전반적으로 무난하다. 거칠지 않고 편안하다. 초반가속 시에는 고배기량 차처럼 엄청난 펀치력을 기대하면 안되지만 그래도 중속부터는 나름 안정적으로 쭉쭉 치고 나아간다. 고속에서도 주행안정성이 꽤 좋은 편이다.
주행모드는 3가지. 컴포트-에코-스포츠로 나뉜다. 컴포트에서 부드럽게 가속하면 시속 60km에서 6단까지 변속된다. 변속기가 바쁘게 움직이는 게 느껴진다. 스포츠모드에서는 엔진 회전수를 최대한 활용하기에 시속 100km에서도 7단으로 바뀌지 않는다.
스포츠모드로 바꾸면 곱상하던 주행질감이 살짝 터프해진다. 최대한 토크를 낼 수 있는 영역대에서 RPM이 유지되고 반응이 한결 빨라져서 경쾌함이 더해진다.
에코모드는 반대다. 굉장히 느긋해진다. 가속페달을 아주 급히, 끝까지 밟지 않는 이상 밟아도 굼뜨게 나간다. 연료효율을 높이기 위한 운전법인데 출퇴근시간엔 쓰기 어려운 모드다. 페달을 갑자기 끝까지 밟는 건 운전자의 강한 의도가 담긴 행위여서 다른 모드에서와 마찬가지로 최대가속된다.
투싼엔 앞뒤 동력배분을 스스로 하는 현대차의 상시사륜구동시스템 HTRAC(에이치트랙)이 들어있다. 앞바퀴굴림방식을 기본으로 필요할 때 뒷바퀴에 절반의 힘을 나눠줄 수 있다. 계기반 가운데 디스플레이에서도 동력배분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뒷바퀴 그래프가 절반인데 50%만 뒷바퀴에 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 도로에서 주행할 때는 잘 몰랐지만 험로에 들어서니 뒷바퀴에 힘을 많이 주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소리부터 약간 달라지며 미끄러운 길에서 조심조심 까치발을 들고 걷는 느낌이다.
오토모드에서 좌우 바퀴의 구동력은 개별 제어되지 않지만 각 바퀴의 제동력을 활용해 힘이 필요한 바퀴에 힘을 더 주는 것 같은 효과를 내는 방식의 사륜구동시스템을 쓴다. 동력을 개별 제어하는 방식보다 저렴하면서 효과가 비슷하고 차 무게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요샌 해외 브랜드들도 전자식 LSD(차동제한장치)의 응용기술을 많이 적용하는데 보통은 제동식을 쓴다. 4x4 lock 기능도 있으니 진흙이나 모래로 덮인 길을 지날 땐 되도록 활용하는 게 좋겠다.
고속이건 저속이건 핸들링은 기대 이상이다. 흐느적거리지 않아 다루기가 쉽고 코너링도 생각한 라인을 거의 그대로 그린다. 그러면서도 불쾌감을 주는 충격은 잘 걸러낸다. 엔진이 낮게 설치돼 저중심설계로 인한 불필요한 움직임이 억제된 것도 한몫했다.
스티어링휠은 컬럼식 MDPS다. 이질감이 심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확실히 예전보다 업그레이드됐다. 무게감도 꽤 좋다. 다만 지하주차장처럼 조용한 곳에서 주차하며 빠르게 휠을 돌릴 때는 모터소리가 들린다. 랙타입 MDPS가 적용되면 좋겠지만 차 값도 그만큼 올라가기에 투싼 차급에서는 고민되는 부분이긴 하겠다.
그런데 2020투싼엔 최신형 HDA(고속도로주행지원시스템)도 적용돼 MDPS의 진가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도로 제한속도에 맞춰서 최고속도가 알아서 설정되고, 앞차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차로를 벗어나지 않도록 자세를 유지한다.
고속도로 정체구간에서 가다서다도 반복할 수 있는데 이 때도 스스로 움직인다. 테스트를 위해 손을 놓고 시간을 재보니 거의 10분간 스스로 움직였다. 고속으로 달리는 상황에서는 약 5분쯤 버텼다. 이정도 수준은 꽤 훌륭한 편이다. 차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데 이를 잘 활용하면 운전이 한결 편하다.
다만 정체 시에 이 기능을 활용하려면 차간 간격을 중간 이상으로 설정하길 권한다. 가깝게 해둘 경우 변속기가 엔진 회전수를 높이다가 머뭇거리며 헤메는 상황이 있었다. 고속에서의 운전실력은 꽤 좋은 편.
◆디테일로 무장한 편안한 실내
여러 안전 및 편의장비도 만족스럽다. 통풍 히팅시트는 기본, USB충전단자와 시거잭은 2개씩이다. 무선충전도 된다.
시트 가죽은 두꺼운 편인데 이 차를 사는 타깃의 연령대와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면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것보다 관리가 쉬운 소재가 낫다. 두꺼워서 사용 시 변형도 덜하다.
운전석 오른쪽 다리(정강이쪽)가 닿는 곳도 쿠션을 덧댔다. 조수석에서는 무릎 왼쪽에 쿠션 대신 수납공간을 마련해뒀다. 스마트폰처럼 납작한 것을 넣기 좋은 형태다.
실내는 여러 소재가 복합적으로 쓰였는데 다른 소재가 어우러지는 곳에서 이질감은 좀 있다. 보통은 잘 모르고 넘어갈 수 있겠다. 스티치는 진짜다.
수납공간도 넉넉하다. 기어봉 주변에 컵홀더 2개 외에도 이것저것 놓아둘 공간이 추기로 마련돼 SUV의 특성을 잘 살렸다.
뒷좌석에서도 느낌이 좋다. 파노라마선루프가 눈 앞까지 펼쳐진다. 전반적인 개방감도 만족스럽다. 다만 이렇게 개방감이 좋은 차라면 앞좌석 시트에 더 신경 쓰면 좋겠다. 어깨 뒤 몸에 닿지 않는 부분의 쿠션 일부를 없애서 차라리 뒷좌석 승객의 개방감을 더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트렁크 커버에 흡음재가 붙어있다. 뒷좌석 안락함을 높이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2020 투싼 /사진: 박찬규
정숙성도 만족스럽다. 엔진룸에서 넘어오는 소리는 물론 차 하부에서 올라오는 소리도 만족할 만하다. 특히 SUV들은 트렁크쪽에서 소음이 넘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투싼은 트렁크 플로어 아래 흡음재를 붙여놨다. 사소할 수도 있지만 꽤 중요한 포인트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라
앞서 언급했지만 투싼이 속한 차급은 자동차회사의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소형SUV가 덩치를 키우고 품질을 높여서 엔트리급 시장을 넓혀가고 있고, 덩치 큰 대형SUV의 출시가 이어지면서 ‘아빠’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 면에서 2020 투싼은 나름 알찬 경쟁력을 보여준다. 최근 관심이 늘어난 가솔린트림의 문턱을 낮췄고, 선호도가 높은 선택품목을 패키지로 묶었다. 소형SUV의 디자인이나 가격이 마음에 들지만 좁은 공간이 아쉽고, 상품성이 마음에 들지만 주차가 어렵고 비싼 큰 SUV가 부담스러운 이들이라면 업그레이드된 투싼은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점잖은 디자인이 아쉽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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