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Korea -- reporterpark.com] Justin Park, 2019.10.16.Wed.
기아자동차의 모하비 더 마스터가 출시된지 한달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무려 12년간 큰 변경 없이 명맥을 이어온 차에게 한달 쯤은 가소로울 수도 있겠지만 반응의 정도는 다른 차종과 확연히 구분된다. 이유가 뭘까.
모하비의 개발목표는 ‘최고의 SUV’였다. 어디다 내놔도 부족함이 없는 성능과 고급차 특유의 정숙성에서 시작되는 승차감을 갖춰야 했다. 최고출력 250마력의 3리터 v6 디젤엔진에 ZF 후륜 6단변속기를 조합했고, 당시 기아차의 플래그십 오피러스의 엠블럼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그런데 너무 공들여 잘 만든 탓인지 출시된 이후 11년간 아주 사소한(?) 변경만 거치며 롱-런 했고 이번 모하비 더 마스터 라는 이름으로 그나마 새롭게 다시 태어났다.
◆시작부터 다른 모하비
시계를 잠시 2008년 1월3일로 되돌려보자. 기아 모하비가 베일을 벗은 날이다. 당시로선 굉장한 충격을 던진 차종이었다. 기아차의 모든 역량을 집중한 정통 프레임바디타입의 대형SUV가 등장한 데다 당시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킨 ‘피터 슈라이어’라는 걸출한 인물이 합류한 이후였기 때문.
당시 출시행사장에서 본 모하비는 기아차가 그동안 만들어온 그 어떤 차보다 월등히 뛰어났다. 겉모양부터 그랬다. 그동안 봐오던 뻔한 디자인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우아함과 세련미를 두루 갖추기까지 했다. 오렌지색, 밝은 와인빛의 화려한 대형SUV라니 상상이 되는가.
나아가 탑재된 품목의 면면도 상상을 초월했다. 레인지로버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기능, 대표적으로 페달 위치를 조절한다거나 차체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 7인승 고급형 천장엔 선글라스 케이스가 2개나 있고 미니밴처럼 컨버세이션미러와 천장형 에어컨도 설치됐다. MP3 기능을 지원하는 6cd체인저에 USB/iPod 연결포트, aux포트까지 친절히 마련해뒀다. 우리가 꿈꾸던 그런 차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실내에서 한가지 의아했던 건 기어노브 주변인데 ‘여백의 미’를 추구한듯 그냥 빈 면적이 인상적이었다. 컵홀더를 비롯한 다양한 수납공간을 잔뜩 집어넣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모하비는 예상을 뒤엎었기 때문. 당시엔 피터슈라이어의 터치 덕분이라는 얘기가 있었지만 그로부터 직접 들은 건 아니니 믿거나 말거나.
어쨌든 이토록 상징적인 차를 내놓는 날이니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당시 기아차 부사장)도 참여해 큰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물론 최고경영진의 등장은 큰 화제가 되지만 대중의 관심은 따로 있었다. 세계적인 촬영감독 마이클 미키와 유명 사진작가 조지피셔가 모하비의 광고를 맡았다는 점이다. 아마도 피터슈라이어가 없었다면 엄청난 돈을 준다 한들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 세계의 명차를 카메라에 담아온 이들이 바라보는 모하비는 어땠을까.
◆12년간 더 커진 곳은?
새로워진 모하비는 처음 출시됐을 때와 비교해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꽤 있다. 숫자를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우선 2008년과 비교하면 발 사이즈가 커졌다. 당시엔 245/70R17규격과 265/60R18규격의 타이어가 끼워졌다. 지금은 265/60R18이 기본이고 265/50R20규격이 고급형으로 탑재된다.
덩치도 조금 더 커졌다. 2008년 출시 당시엔 4880mm였고 범퍼 돌출부분을 포함하면 4935mm였다. 너비는 1915mm, 높이는 루프랙을 포함해 1810mm며 휠베이스는 2895mm였다. 더 마스터는 길이x너비x높이가 4930x1920x1790이고 휠베이스는 같다.
그런데 너비가 늘어난 건 커진 발 때문이다. 윤거(좌우 바퀴 사이 거리)가 18인치 기준 3mm씩 늘었다. 실내공간은 차이가 없다고 보면 된다. 높이는 루프랙 디자인이 바뀌면서 낮아졌을 뿐 차체가 낮아진 건 아니다.
어쨌든 12년간 몸무게도 꾸준히 늘었다. 가장 가벼운 게 2055kg, 4wd가 2160kg이었던 것이 2250kg에서 2305kg까지다. 기본형은 195kg, 고급형은 145kg이나 증가한 것. 디자인 변경 직전인 2019년형과 비교하면 10~60kg쯤 늘어났다.
가장 중요한 심장은 어떨까. 모하비는 배기량 2959cc의 V형 6기통 VGT 디젤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250마력을 낸다. 최대토크는 55.0kg.m. 변속기는 ZF사의 후륜 6단 자동. 더 마스터는 이 엔진을 튜닝해 최고출력 260마력, 57.1kg.m의 토크를 자랑한다. 변속기도 2단이 늘었는데 직접 만든 8단 자동이 맞물린다. 엔진이나 차체 구조가 크게 달라진 게 없기에 연료탱크도 82리터로 같다.
그만큼 몸값도 올랐다. 출시 당시 최저 3280만원에서 최고 4400만원이었던 것이 지금은 4700만원부터 시작해 최고 5253만원이나 된다. 여기에 선택품목이 더해지면 값이 더 올라간다.
◆새로 태어난 모하비, 뭐가 바뀌었을까
어쨌든 ‘사골’ 소리 듣던 모하비가 새롭게 태어나며 재주가 많아졌다. 유행에 조금 더 민감해졌달까. 이전의 모하비를 관심있게 본 사람이라면 새로운 모하비가 얼마나 달라진 건지 금세 느낄 수 있다.
핵심은 새롭게 적용된 랙 구동형 전동식 파워스티어링(R-MDPS). “요즘 나오는 차에 기본으로 달리는 게 전동식 파워스티어링휠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지만 모하비는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없던 부분이다. 그래서 차 밑, 엔진룸 뒤편을 살펴보면 예전에 보이지 않던 새로운 장치가 눈에 확 띈다.
이렇게 R-MDPS가 탑재되면서 가장 큰 이점은 차 스스로 조향이 가능해진다는 것인데 ▲내비게이션 기반의 정차&재출발 기능이 포함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등의 기능을 활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고속도로에서 가다서다는 물론 차로유지, 차간거리유지 기능을 포함한 HDA기능이 잘 작동된다. /사진: 박찬규
특히 차로 가운데를 달리도록 도와주는 LFA(차로유지보조)와 기능은 차로 이탈방지 보조(LKA)기능은 저속에서도 작동하는데 꽉 막히는 길에서 매우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버튼 하나 누르면 운전대가 스스로 돌아가니 얼마나 좋은가. “모하비는 아날로그 감성으로 탄다”고 말하던 지인조차도 호평을 늘어놓은 기능이다.
덩치가 커서 다루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기 쉽지만 도로에서 주행할 땐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나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RCCA), 후측방 충돌 방지 보조(BCA)기능이 섬세하게 운전자를 돕는다. 사고가 우려되면 스스로 위험을 회피하는 이 기능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정교하게 동작했다. 오랜 시간 운전으로 집중력이 흐트러졌을 때 ‘아차’한 찰나의 순간, 모하비가 위험으로부터 피하도록 돕는다. 운전자 주의 경고(DAW)나 하이빔 보조(HBA)는 보너스.
또 한가지. ‘험로 주행 모드(터레인 모드, Terrain Mode)’도 기본 적용됐다. 전자식 4WD, 차동기어 잠금장치 및 저단기어와 함께 다양한 노면(MUD, SAND, SNOW)의 주행 환경에서도 각 상황에 적합한 구동력을 발휘하도록 돕는 기능이다.
기본적으로 사륜구동시스템이 앞-뒤 바퀴에 힘을 적절히 배분하는데 각 모드 별로 힘을 주는 정도가 달라진다. 네바퀴 모두에 똑 같은 힘을 주느냐, 미끄러지지 않는 바퀴에만 힘을 더 주느냐, 부드럽게 바퀴 회전수를 유지하느냐 등등 모드별 주행특성에 맞는 구동력을 유지한다.
전동식 테일게이트도 놀라운(?) 변화다. 그동안 수많은 모하비 오너의 염원이었지만 이제야 적용됐다. 스마트 키를 몸에 지니고 차 뒤쪽에 약 3초간 서있으면 뒷문이 열린다.
마지막으로 그냥 봐도 보이는 디자인이 변화한 특징 중 하나다. 11년째 거의 비슷한 모습을 유지했지만 이번엔 2019 서울모터쇼에 등장한 마스터피스 콘셉트카의 디자인을 계승, 발전시켰다.
앞모양은 웅장함을 강조하기 위해 라디에이터 그릴이 두툼해졌고 양쪽 헤드램프와 그릴에 일체감 있는 버티컬 큐브 형태의 디자인을 적용했다. 뒷모양은 앞에서 보여준 디자인 테마를 이어받아 강인한 느낌으로 마무리했다. 뒷범퍼에 자리한 머플러팁은 굉장히 그럴듯하지만 가짜다.
루프랙은 봉 형태에서 일체감있는 슬림타입으로 바뀌었는데 디자인이 달라지면서 차 높이가 낮아졌다. 요즘엔 차 회사들이 디자인 면에서 유리한 이 방식을 선호한다.
◆달려보면 ‘부드러움’에 반한다
가속감은 부드럽고 묵직하다. 바디-온-프레임 방식의 국산차 중 V6 3.0 디젤엔진을 탑재한 건 모하비가 유일하다. 6기통 특유의 부드러움은 직접 몰아봐야 그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최고출력 260마력, 최대토크 57.1kg.m의 강한 힘을 8단 자동변속기가 잘 받아준다.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꽤 높은 속도에 이를 때까지 꾸준한 가속감이 느껴진다.
이렇게 달릴 때 귀도 즐겁다. 6기통엔진의 기계적인 사운드에 더해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ASD)’기능이 가슴을 울리는 멋진 소리를 들려준다. 특히 스포츠모드에서는 마치 8기통 엔진인 듯한 착각마저 든다. 가상 사운드지만 실제 엔진음을 바탕으로 하기에 어색함이 적다.
소리 얘기를 하자니 모하비에 적용된 ‘렉시콘 사운드 시스템’을 빼놓을 수 없다. 스피커는 무려 15개나 설치됐다. 게다가 차가 큰 만큼 운전자가 뒤에 탄 사람과 대화하기가 어렵지만 모하비에는 후석 탑승객과 대화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물론 휴식을 방해하지 않도록 취침모드도 있다.
뒷좌석 승차감도 한결 개선됐다. 후륜 쇼크업소버의 각도를 세우는 등 서스펜션 구조를 달리했고, 프레임과 바디를 연결하는 마운팅부쉬를 8개로 늘렸다. 이를 통해 주행 시 뒷좌석에서의 충격이 줄고 보다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이런 변화는 ‘출렁거림’으로 다가올 수 있으나 어디까지나 취향차이다. 직전 모델은 너무 딱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기 때문. 운전할 때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휘청거려서 불안한 것과는 다르다. 게다가 가족과 함께하면서 짐도 싣고 어디론가 갈 때 차를 막 잡아돌리진 않지 않나.
많은 이의 바람처럼 차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에어서스펜션’이 적용됐다면 좋았겠지만 아마도 가격이 훌쩍 높아지면서 수입 신차로 눈을 돌리는 일이 생기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 가격대는 마지노선인 셈이다.
◆터프가이의 자존심
기아차는 모하비 더 마스터를 출시하면서 6인승 모델을 추가했다. 그동안 5인승과 7인승만 있었지만 2열 거주성을 높인 모델을 추가함으로써 상품성을 높였다. 쟁쟁한 수입 7인승 모델을 보더라도 활용도가 높은 2열을 독립시트로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도 일반적 형태의 5인승도 고를 수 있으니 선택폭이 넓어진 건 꽤 반가운 일이다. 보다 다양해지는 가족 형태, 이용자의 일반적인 연령대를 고려하면 이 같은 변화는 충분히 이해된다.
모하비는 우리나라 남자들의 로망으로 평가받는 차다. 터프한 이미지로 마초적인 느낌을 주고, 우람한 덩치로 탑승자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가족을 안전하게 지켜야 할 ‘아빠’의 본능과 남성으로서의 본능을 함께 자극하는 차다. 그러면서도 높은 가격대를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이 차를 몰면 ‘성공한 아빠’라는 점을 자연스레 드러낼 수 있도록 했다.
그러니 모하비는 수많은 이의 ‘로망’이 될 수밖에 없다. 2008년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오랜 기간 명맥을 이어온 배경이다. 물론 모델이 노후화되며 차를 이용하는 이의 연령대도 함께 높아진 점 때문에 ‘아재차’로 불렸다. 하지만 새로운 모하비는 분명 보다 젊어진, 새로운 도전을 앞둔 ‘아빠의 차’다.
쟁쟁한 수입 대형SUV, 여러 국산 SUV와의 경쟁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낸 모하비. 대한민국의 아빠들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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