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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송곳니 드러낸 프랑스 사자, 푸조 508 GT라인

[1] 자동차/시승기, 칼럼, 르포

by 박찬규 기자 2020. 2. 24.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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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508의 변신은 파격적이다. /사진: 박찬규 

[Seoul, Korea -- reporterpark.com] Justin Park, 2019.06.11.Tue.

사자가 먹잇감을 노리며 잔뜩 웅크린 채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낸 모습을 떠올려보자. 눈앞에 놓인 새로운 푸조 508을 마주했을 때의 첫인상이 그랬다.

문짝 네개짜리 곱상한 세단이 아니라 매끈하게 빠진 5도어 패스트백으로 거듭난 푸조의 새로운 세단은 그만큼 꽤나 신선했다. 8년만에 완전히 새롭게 태어났으니 그 변화 폭이 적다면 오히려 이상했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전통적으로 세단이 강세를 보이는 우리나라시장을 공들이는 모양새다. 푸조는 이 차를 지난해 스위스 제네바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인 뒤 프랑스, 스페인을 포함한 1차 출시국에 우리나라를 포함시켰다. 

날렵한 디자인, 세련된 인테리어, 한층 강력해진 퍼포먼스는 물론 화려한 기능을 갖췄기에 한국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거라 판단한 게 아닐까. 푸조 508 GT라인을 시승하며 새로운 매력을 살펴봤다.

푸조 508의 라인은 우아하다. /사진제공: 한불모터스

◆쿠페의 스타일 + 세단의 편안함 + 해치백의 실용성 = 푸조 508

푸조의 새로운 508은 전통적인 세단으로만 정의하기가 어렵다. 요즘 나오는 중형세단들이 대부분 날렵한 쿠페스타일을 가미하는 게 유행이지만 508은 그 사이에서도 돋보인다. 어설프게 다른 브랜드를 따라하기보다 브랜드 고유의 디자인을 그대로 담아내며 트렌드를 반영했기 때문. 

구형보다 높이를 35mm 낮추는 대신 너비를 30mm 늘려 ‘넓고 낮은(wide & low)’ 자세는 기본이다. 지붕에서 쭉 뻗은 선은 C필러를 거쳐 완만하게 트렁크 끝까지 이어지는 사이드뷰는 이 차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부분이다.

특히 사자의 송곳니를 형상화한 주간주행등(DRL)이 시그니처 포인트. 입체적으로 디자인된 LED헤드램프와 프론트그릴이 어우러지며 강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뒷모양은 블랙패널에 사자가 발톱으로 할퀸 모양을 형상화한 풀LED 3D 리어램프가 적용됐다. 방향지시등은 안쪽과 바깥쪽에 시간차가 있어서 멋스럽다. 휠 사이즈는 알뤼르 17인치, GT 라인은 18인치, GT는 19인치인데 시승한 건 GT라인이다.

독특한 건 아우디 A7처럼 뒷유리와 차 트렁크 문이 함께 열린다는 점이다. 기존 세단에서 볼 수 없던 형태의 디자인이다. 그래서인지 트렁크 위아래 높이는 낮은 편이지만 입구에서부터 뒷좌석 등받이까지 꽤 깊게 설계됐다.

푸조 508의 인테리어 /사진: 박찬규 

◆바닥에 착 달라붙어 달리는 주행 느낌 

새로운 푸조 508은 쿠페도 아니고 세단도 아닌 게 해치백도 아니다. 각자의 매력을 담았기에 어찌 보면 이도 저도 아닌 캐릭터를 연출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몰아보면 분명한 유럽차이며 프랑스차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지향하는 방향으로 차를 만들면서도 푸조차 특유의 개성과 감성은 최대한 유지했다. 마치 독일차처럼 낮고 안정감 있게 달리는 느낌이 일품이다.
 
서스펜션은 단단하면서도 기분 좋게 차체를 잡아 준다. 충격을 부드럽게 잘 걸러 주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롤링이 많지도 않다. 달리면 달릴수록 안정감이 더해진다. 높은 속도에서도 불안함이 없다.

예전 프랑스차는 차체의 부드러움을 통해 쫀득쫀득한 특유의 손맛을 자랑했다. 밟았을 때 쫙 치고 나가는 그런 역동성보다 아기자기한 주행감각을 앞세운 것이다. 그런데 신형 508은 여기에 사람들이 선호하는 독일식(?) 주행감각을 가미했다. 그래서 독일차처럼 차분하지만 분명 또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다.

깔끔한 손맛과 차분한 주행감각을 쉽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든 건 보다 많은 이가 푸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유인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새로운 마니아층을 끌어들이려는 전략으로 이만한 게 없다.

환상적이란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겠다. 어쨌든 움직임은 기대했던 것 이상이다. 특히 리어의 움직임은 사륜구동차를 타는 것처럼 차분하고 안정적이다. 굳이 비슷한 느낌을 찾자면 폭스바겐 CC, 아테온 쯤일까. 

노면에 착 달라붙어 달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진: 박찬규 

시승차는 2.0 블루HDi 디젤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40.82kg.m의 힘을 자랑한다. 변속기는 아이신제 8단 자동변속기(EAT8)가 맞물린다.

낮은 속도에서 가속할 때 가벼운 스포츠카처럼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안정적이면서 꾸준히, 강하게 가속된다. 

주행모드를 에코로 설정하면 가속은 살짝 더디다. 변속은 느긋하게, 완만하게 가속된다. 반대로 8단변속기를 최대한 사용할 수 있는데 시속 100km에서도 1500rpm쯤을 유지할 수 있다. 먼 거리를 여행할 때 높은 연료효율을 기대할 수도 있겠다.

푸조 508 운전석 /사진: 박찬규

그리고 에코모드에선 차가 완전히 멈추기 전에, 거의 멈출 때쯤 시동이 먼저 꺼진다. 스탑&스타트 기능이 보다 적극적으로 적용된 탓이다. 

공인 복합연비는 13.3 km/ℓ이며, 도심 12 km/ℓ, 고속도로 15.5km/ℓ지만 실제 운행 시엔 표시연비와 달리 훨씬 좋은 연비를 보이는 브랜드가 푸조다.

스포츠모드로 바꾸면 시속 100km에서 6단기어가 들어간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차의 반응이 빨라지고 핸들도 단단해지면서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준비한다. 한결 민첩해져서 운전의 재미를 더한다.

주행소음은 상당히 억제된 편이지만 일본차라던가 우리나라의 대형세단과 비교하면 약간 시끄러울 수 있다. 소리의 크기가 크다던지, 들리는 소리가 거슬리는 건 아니다. 다만 외부의 소리를 실내에서 들을 수 있게 함으로써 여러 주행상황을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유럽차의 특징이다.

날렵한 디자인 속 차분한 주행감각이 인상적이다. /사진: 박찬규 

◆한결 같은 즐거움, 푸조 508

계기반이 불쑥 솟아 운전 중 헤드-업 디스플레이처럼 시선이동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아이-콕핏(i-Cockpit)과 고급소재로 세심하게 마감된 인테리어를 즐길 수 있는 점도 이 차의 매력이다.

여기에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 기본 적용된 점도 안전하고 편안한 운전을 가능케 하는 점이다. 정차와 재출발이 가능한 ACC(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 차로중앙유지기능(LPA), 자동주차보조시스템도 적용된다. 

푸조의 신형 508은 만듦새가 꽤나 꼼꼼하다. 차를 타는 내내 운전이 즐겁다. 고속이든 저속이든 한결 같은 안정감을 보여준다. 특히 코너링 때는 깔끔한 움직임마저 보인다. 나파가죽 시트도 몸을 부드럽게 잘 잡아준다.

프랑스는 우리에게 KTX로 익숙한 고속철도 TGV(떼제베)를 만드는 나라며 라팔(rafale) 전투기를 수출한다. 게다가 구찌, 루이뷔통 등 온갖 명품브랜드를 자랑하는 나라다. 그런 자부심 때문인지 그동안 자신들의 개성을 다른 이에게 강요하는 모습이었다면 이제는 태도를 바꿔 더 큰 시장을 노린다.

8년만에 새롭게 태어난 푸조의 중형세단 508의 변신은 그야말로 성공적이다. 브랜드 선호도를 떠나 이 차를 사지 않더라도 일단 꼭 한번은 타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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