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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미쉐린으로 세팡 F1 서킷 달려보니...

[1] 자동차/시승기, 칼럼, 르포

by 박찬규 기자 2013. 2. 11.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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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ang, Malaysia -- reporterpark.com] Justin Park, 2013.02.11.Mon.

 

 체감온도는 섭씨 40도 이상.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아스팔트 위 뜨거운 열기를 뚫고 슈퍼카들이 굉음을 뿜어낸다. 

 

 미쉐린이 마련한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익스피리언스(MPSE)'에 참가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콸라룸프르 인근 세팡 F1 서킷을 찾았다. 글로벌 미디어를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행사는 미쉐린 고성능 타이어의 제품 특성과 성능을 체험하는 게 목적이어서 준비된 차들도 페라리, 포르쉐, BMW M, 스바루 임프레자, 로터스 엑시지 등 고성능 차들이 대부분이었다. 미쉐린은 피렐리, 브리지스톤 등 경쟁사 제품과의 비교체험도 준비했다. 

 

 이 날의 주인공은 미쉐린 파일럿 슈퍼 스포츠(PSS). 판매실적보다 상징성이 높은 초고성능 타이어의 지존이지만 그 만큼 성능과 특성을 체험하기란 쉽지 않다. 고가인데다 적용할 수 있는 차종도 한정적이어서다. 가격과 성능 모두 소수만을 위한 프리미엄 제품인 셈이다. 고온다습의 기후조건을 찾아 말레이시아에서 행사를 마련한 것도 제품의 극한성능을 체험하기 위해서란 게 미쉐린의 설명이다.

 

 

 

Sepang Cirquit

 

 'MPSE 2011'은 세팡 서킷을 크게 북쪽과 남쪽으로 나눠 4가지 세션으로 진행됐다. 직선구간과 중고속 코너는 물론 헤어핀이 있는 북쪽에선 최고시속 320km 이상의 슈퍼카에 장착된 여러 타이어 제품을 비교 체험하고, 아기자기하면서도 고난도 블라인드 코너를 지닌 남쪽 서킷은 경주차를 몰며 타이어의 회전운동성능을 확인하는 장소다.

 

 

Ferarri 458 italia, ⓒreporterpark.com


▲워크숍A
 준비된 차는 페라리 458 이탈리아와 BMW M3였다. 페라리는 PSS와 피렐리 P제로를 끼웠고, BMW는 PSS와 브리지스톤 포텐자 S001을 장착해 제품과 차종별 특성 비교에 주안점을 뒀다.

 

 먼저 PSS를 끼운 458 이탈리아를 탔다. 주행안정감이 뛰어났다. 가속감, 코너링 등 나무랄 데 없는 그야말로 '놀라운 성능'을 보여줬다. 458 이탈리아는 배기량 4,499cc의 V8 미드십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570마력을 내고, 전설적 F1 드라이버인 미하엘 슈마허가 제작에 관여한 슈퍼 스포츠카다. 첫 번째 바퀴에선 페이스카를 따라 제동시점을 파악하며 차의 특성과 서킷을 익혔다. 타이어를 파악하기는 어려운 속도다. 그러나 초반부터 다른 차를 추월하면서 서킷을 마음껏 질주했다. 2랩과 3랩은 페이스카와 함께 속도를 높여 날카롭게 코너를 공략했다. 직선구간에서 최고시속 265km를 기록했지만 헤어핀 코스를 맞아 시속 50km 이하로 줄였다. 코너 진입 200m를 남겨두고 급제동하자 온몸의 피가 앞으로 쏠릴 정도로 강력한 제동력을 보였다. 이어진 중속코너에서는 시속 100km 이상에서도 공략이 가능했으며, 연속된 고속코너는 시속 150km 이상으로 달렸다. 

 

 같은 코스, 같은 차로 피렐리 P제로의 특성을 체험했다. 최고시속은 차이가 없었으나 미쉐린 PSS와 같은 방식으로 코너를 공략하자 뒤가 살짝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고속 코너링에서는 차가 바깥으로 밀리는 언더 스티어도 발생했다. 확실히 PSS보다 부드럽다. 이런 타이어 특성을 감안하며 운전하자 코스 공략은 큰 무리가 없었다. 

 

 다음으로 탄 차는 BMW M3. 배기량 3,999cc의 엔진을 탑재해 420마력을 내는 뒷바퀴굴림차다. 페라리와 비교하면 중심이 높고 차가 무거워 여러 운동성능에서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우선 브리지스톤의 S001을 장착한 차를 탔다. 직선구간에서 최고시속은 210km. 더운 날씨와 앞조의 시승으로 타이어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상황이다. 헤어핀 코스에서 쉽게 그립을 잃었는데 페라리와 비교해 롤링이 심한 탓도 있다. 

 

 이번엔 PSS를 끼운 M3를 시승했다. 확실히 다르다. 보다 단단히 잡아준다. 정상적인 코너공략 시 그립을 잃지 않지만 진입속도가 높으면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며 미끄러진다. 아무리 좋은 차, 좋은 타이어라도 한계가 높을 뿐 방심하면 자세를 잃기 쉽다는 점을 새삼 느낀 순간이다.

 

 

▲워크숍B
 포르쉐 카레라 GTS와 카이맨S에 기본 장착되는 PSS의 성능체험 순서. 비교대상없이 오로지 운전하는 차의 매력을 느껴야 한다. 이 가운데 3,466cc 320마력 미드십 엔진을 장착한 카이맨S를 워크숍A와 같은 코스에서 몰았다. 직선구간 최고속도는 시속 170km 정도였다. 코너 공략 시 차가 가진 기본적 성능을 타이어가 끌어내는 듯하다. 충분한 안정감을 준다. 그러나 아무리 포르쉐이고, 아무리 좋은 타이어라도 물리적 한계를 이기긴 힘들었다. 주행 시엔 적절한 코너 공략이 중요했다.

 

 

 

 

▲워크숍C
 남쪽 서킷에서 르노 클리오 레이싱카를 운전했다. 이번 세션에서는 서킷과 타이어의 조화를 느끼는 데 주력했다. 경주차에 흔히 사용하는 시퀸셜 기어는 편했다. 출발할 때와 정지할 때만 클러치 페달을 사용하며 변속하고, 주행 시에는 단지 레버를 위아래로 움직여주면 된다. 타이어는 파일럿 스포츠컵이라는 전용제품을 끼웠다. PSS와 PS3의 패턴과 기술을 조합한 타이어다.


 

 

 

 남쪽 서킷은 작고 좁은 코너가 연속돼 공략이 어렵다. 블라인드 코너도 많다. 내리막 오르막이 어우러진 복잡한 구조여서 다운 시프트, 업 시프트를 활용한 코너 공략이 필수다. 차의 브레이크는 예민하고 강력했다. 가속 페달도 마찬가지다. 이어 PS3를 끼우고 같은 코스를 다시 달렸다. 갑작스런 스콜 덕에 더위는 가셨지만 마지막 ‘젖은 노면 제동테스트 세션(워크숍D)’을 취소하고 PS3를 끼운 채 비오는 서킷 공략에 도전했다. 젖은 노면에서 강점을 보이는 PS3의 특징이 드러난다. 조금 전 마른 노면을 달릴 때와는 다르지만 생각보다 미끄러짐이 덜했다.

 

 

갑작스레 스콜이 내려 레인 타이어로 바꾸고 있다.

 

▲총평
 PSS 알리기에 집중한 미쉐린은 최고의 기술력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100년 역사의 프리미엄 타이어 브랜드라는 점을 충분히 과시했다. 시승을 마칠 때마다 각각의 타이어에 손을 대봤지만 바로 뗄 수밖에 없을 정도로 뜨거웠다. 이런 상태에서 고속으로 달릴 수 있게 만든 초고성능 타이어를 체험한 것이다. 물론 마모된 상태도 눈으로 확인하며 비교하기에 충분했다.

 

 PSS와 두 경쟁제품을 비교하면 S001과 P제로는 공격적인 주행을 하는, 즉 운전자의 운전기술에 따라 충분히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타이어라 생각된다. 반면 PSS는 어떤 상황에서든 도로를 움켜쥔, 절제된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타이어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음에도 큰 성능 저하를 보이지 않은 건 칭찬할 만하다. PSS의 이런 특징은 최근 개발되는 슈퍼카들의 특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과거의 고성능차는 뛰어난 운전기술과 강인한 체력을 필요로 했다. 반면 근래들어선 보다 많은 이들이 운전의 즐거움을 ‘안전하게’ 느낄 수 있도록 변화했다. 각종 첨단 전자제어 안전장비는 물론 실시간으로 운전자를 모니터링하며 운전자의 부족한 실력을 차가 메워준다. 물론 운전실력에 따라 더욱 높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변신하기도 한다. 

 

 PSS의 경우 고성능 스포츠카를 만드는 완성차업체들과 함께 개발했다는 점에서 이런 변화의 흐름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변화된 자동차와 함께 운전자의 실력을 보완해주며, 극한 상황에서 안전을 보장해주는 최후의 수단인 셈이다. 즉 일반적인 고성능차 운전자들에게 안정감과 스포츠 주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도와주는 건 물론 최고의 성능을 원하는 이들에게도 만족감과 자부심을 갖게 만들어주는 타이어가 아닐까 싶다. 

 

 세팡(말레이시아)=박찬규 기자 star@reporterpark.com

 

 

 

 

 

*이 글은 제가 오토타임즈에 썼던 현지취재 시승기를 재구성한 겁니다.

http://autotimes.hankyung.com/search/apps/news.sub_view?popup=0&nkey=118186&c1=06&c2=01&nid=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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