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쏘나타의 GT버전 출시와 관련해 의문점을 갖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선 쏘나타 GT, 그 자체가 갖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죠. 이미 보도된 내용 그대로 현대차가 '쏘나타 키우기'에 나선다는 것입니다. 즉, 현대차라는 커다란 브랜드를 내세우기 보단 세부 브랜드로써 '쏘나타'를 키워 경쟁력을 갖추고, 글로벌 핵심 차종으로 내세우겠다는 말이 됩니다.
쏘나타 GT, 과연 성공할까?
GT버전 그 자체로만 놓고 본다면 성공할 가능성은 분명 높습니다. 물론 합당한 가격을 제시한다면 말이죠. 실패할 경우 쏘나타라는 브랜드에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습니다. GT버전이 갖는 의미는 그 모델 자체의 성공 여부를 떠나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우선, 마케팅 측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고급 모델을 최 상위에 놓고 일반형 모델을 대량으로 판매한다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죠. 과거 르노삼성차가 닛산 티아나를 베이스로 한 SM7을 내놓은 뒤, 거기에 약간의 디자인 변경과 구형 엔진을 얹어 신형 SM5를 다시 시장에 선보였습니다. 사람들은 가격이 싼 티아나 혹은 SM7이라 생각하며 SM5를 계약하던 상황이 기억이 납니다. 이 재미있는 결과로 르노삼성차는 SM7의 품격을 높임과 동시에 SM5를 통해 이익을 챙기는 효과를 모두 누렸습니다.
현대차 역시 이런 전략을 충분히 구사하리라 생각됩니다. 올해 2월, 현대차는 YF쏘나타가 더이상 중후한 느낌의 차가 아니라며 스포츠 쿠페 스타일로 출시할 것임을 내비친 바 있습니다. (권용주 선배가 보도한 기사 참조, 현대차, YF 쏘나타 '품격'은 배제) 결국 지난 9월에 YF쏘나타가 새로운 스타일을 지닌 채 출시됐고, 향후 쏘나타가 다양한 버전으로도 변신이 가능하리라 충분히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쏘나타 GT버전이 갖는 의미는?
마케팅적인 측면에서의 의미를 떠나 제품 라인업을 살펴보고 향후 전략에 대해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현대-기아차는 새로운 차를 출시할 때마다 업그레이드 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 업체의 성장 속도가 놀랍다고 하지만 실제로 현대-기아차의 성장 속도는 무서울 정도입니다.
스쿠프, 티뷰론, 투스카니 등 사실 스포츠카라기 보다는 스포티 쿠페에 가까운 차량들을 생산하던 현대가 정통 스포츠카를 표방하며 제네시스 쿠페를 선보였고, 스포츠카 영역에서 엄청난 발전을 보입니다. 설계는 물론 엔진, 미션, 섀시 등 모든 부분에서 동시다발적인 기술적 업그레이드를 통해 세계시장에서 관심을 받게 된 것인데요, 이런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고 향후 슈퍼카를 내놓아 기술력 과시를 준비하는 현대차의 입장에선 자원도 자원이지만, 결정적으로 시간과 경험이 매우 부족합니다.
우선 RK, ZK로 이어지는 스포츠카 라인업이 추가될 예정이나 제네시스 쿠페 이후 새로운 모델과 이어줄 무언가가 없는 상황이죠. 독자적으로 후륜 6단 자동변속기도 개발이 거의 끝났고 8단 자동변속기도 내년 말이면 시장에 내놓게 됩니다. 여기에 다양한 엔진 라인업이 준비돼 있고, 심지어 DCT(듀얼클러치)도 개발했으니 파워트레인 준비는 어느 정도 완료된 상태입니다.
따라서 실패할 확률이 가장 적은 국내시장의 간판스타 '쏘나타'에 스포츠 감성을 테스트 하려 한 것이 아닐까요? 제네시스 쿠페는 출시 후 소위 '싼티나는' 내장재 덕분에 논란거리가 되었는데요, 이에 비하면 YF쏘나타의 내장재는 상당히 발전한 모습입니다. 따라서 쏘나타 GT버전은 중형 세단에 스포츠 감성을 담아 '고급 스포츠 세단'의 가능성을 살펴보며, 새로운 노하우를 축적하려 한 것이죠. (향후 출시되는 차량들은 쏘나타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버전으로 출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쏘나타 GT버전은 현대차의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매우 중요한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델 자체의 판매량보다 모델이 지닌 상징성이 더 크기 때문이죠. '쏘나타'라는 세부 브랜드 강화와 더불어 향후 출시될 모델들의 방향을 살펴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지닌 쏘나타 GT의 출시가 벌써부터 기대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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