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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인피니티 G37R, “맹수의 숨겨진 발톱”

[1] 자동차/시승기, 칼럼, 르포

by 박찬규 기자 2012. 9. 2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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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Korea -- reporterpark.com] 2012.09.24.Mon.

 기억날 겁니다. 옛날엔 키를 돌려서 “끼키키키” 하는 소리가 들린 다음에 “부릉” 시동이 걸렸죠. 이 때의 쾌쾌한 소리가 길어질수록 왠지 모르게 위축되던 느낌. 그래서 남몰래 배터리도 좋은 걸로 바꾸고, 최대한 경쾌한 시동을 위해 노력을 기울인, 그런 기억을 떠올려 보시죠. 

 

 

 녀석은 시동 버튼을 누르는 순간 느껴집니다. 다릅니다. 분명 엄청난 힘을 지녔음에 틀림없죠. 박진감 넘치는 엔진 사운드가 고막을 울립니다. 벙벙대는 과장된 소리가 아닙니다. 잘 절제되면서도, 고배기량 V6엔진의 깊은 소리가 들립니다. 이런 소리가 왈칵 쏟아져 나오는 겁니다. 운전자에게 자신감을 북돋아 준다고나 할까요. 주차장을 지나던 사람들도 힐끗힐끗 쳐다보더군요.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에서만 한정 판매하는 모델인 ‘인피니티 G37R’은 겉 보기엔 참 얌전해 보입니다. 특별히 잘 달릴 것처럼 생기지도 않았죠. 앞과 뒤에 날개 같은 걸 달았지만, 그걸 빼면 그냥 평범해 보입니다. 차를 함께 탄 사람들도 그냥 편안하고 부드러운 세단이라 평했는데요, 맞습니다. G시리즈의 간판 차종인 G37 세단과 같은 차라고 보셔도 됩니다. 이 차의 특징이죠. 7단 자동변속기가 세계 10대 엔진에 수 년째 이름을 올린 VQ엔진과 맞물립니다. 일본 고급 세단에서 느낄 수 있는 섬세하면서 부드러운 주행 감각이 특징입니다.

 

 

 

 그런데 인피니티 G시리즈의 기본은 ‘다이내믹’이거든요. 역동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얘깁니다. 터보차저 같은 과급기를 달지 않은 대신, 공기를 두 배로 들이마셔 성능을 높였습니다.

 

 음료수 마실 때 빨대 한 개 보다는 두 개가 마시기 수월한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그냥 들이마시는 게 아니라, 가장 마시기 좋은 각도와 타이밍까지 계산하면서 마십니다. 이를 통해 즉각적이면서도 강력한 힘을 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인피니티는 이런 기술을 VVEL이라 부르니까요, 참고하세요~

 

 정지상태에서 엑셀레이터 페달에 발을 올려놓으니 차가 부들부들 떨립니다. 엔진이 세로로 배치됐기 때문에 차의 좌우가 떨리는 겁니다. 분명 엄청난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했죠. 처음엔 나긋나긋한 부드러움에 녹아 들게 만들더니, 왠지 모를 긴장감마저 주는군요.

 

 최고출력 330마력은 폼이 아니죠. 녀석은 기분에 따라 성격이 확 달라집니다. 괴물로 변합니다. 영화 ‘헐크’의 주인공을 상상하면 되겠네요.

 

 

 특히 분당 엔진 회전수(RPM)가 5,000을 넘기면서 사운드가 갑자기 바뀝니다. 힘도 엄청 세지죠. 두근거리는 제 심장은 어쩔 줄 모릅니다. 이 차를 처음 타는 동승자는 비명을 질러댔으니, 대충 아시겠죠?

 

 가슴을 짓누르는 압박감과 3.7리터 V6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맹수의 괴성에 압도당한 겁니다. 제원을 찾아보니 5,200rpm에서 36.8kg.m의 최대토크를 내더군요. 고회전 영역에서 충분히 실력발휘를 하는 차 입니다. 성능에 감탄하는 사이 속도계는 이미 시속 200km를 넘어섰습니다.

 

 "뭐 이정도 가지고 그러느냐" 하겠지만, 아시는 분은 알 겁니다. 이 차 정말 재밌거든요. 전 슈퍼카들도 많이 타봤지만, 차 하나하나의 매력은 분명히 다릅니다. 인피니티 중에서도 G37의 매력은 독특합니다.

 

 

 G37의 달리기 실력이 수준급이라는 건 많은 사람이 인정하는 사실이죠. 단지 성능 때문에 기름 많이 먹어서 그렇죠.

 

 어찌됐건, 다이내미즘이 필요할 땐 철저히 이를 드러내는 차죠. 코너 공략을 위해 급제동을 하면 스스로 기어를 한 단계 아래로 바꾸며 RPM을 유지합니다. 엔진 회전수를 높게 유지할 수 있어서 코너 탈출속도가 매우 빠르죠. 변속 반응도 엑셀 감각처럼 경쾌합니다. 묵직한 핸들도 안정감을 주고요, 스포츠 서스펜션도 하체를 단단히 받쳐줍니다. 단지 편안하기만 한 차라고 생각하면 G37이 슬퍼할 지도 모르겠네요.

 

 

 G37R얘기를 다시 해보죠. 지난해 10월, F1 레이싱팀을 후원하는 인피니티가 ‘포뮬러원코리아그랑프리’ 개최를 앞두고 내놓은 모델 입니다. 공식 이름은 ‘뉴 G 레이싱 리미티드 에디션’이라 부릅니다. 앞범퍼 아래엔 프론트 스포일러를 달아서 공기 저항을 줄였고, 트렁크 위엔 리어스포일러를 달아 고속에서 차의 뒷부분이 도로에 착 달라붙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런 에어로파츠 덕분에 한층 스포티한 모습을 연출할 수도 있게 된 거죠. 이것 말곤 다른 게 없어서 많이 아쉽지만, 그래도 알아보는 분은 알아보더군요. 휠을 조금 어둡게 칠해보면 어떨는지?

 

 

 G 레이싱 리미티드 에디션은 세계적으로 단 1,850대만이 생산됐다. 우리나라에 200대가 배정됐고, 지금은 그리 많은 수가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서둘러야 겠네요. 모델은 두 종류 입니다. 기본형 격인 G25R의 가격은 4,410만원, 고성능 버전인 G37R은 5,270만원입니다.

 

 

 박찬규 기자 star@repor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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