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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현대기아차, 생존 위해선 ‘고급화’ 전략 필수

[1] 자동차/뉴스

by 박찬규 기자 2015. 1. 6.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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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 Angeles, USA -- reporterpark.com] Justin Park, 2015.01.06.Tue.

 

“마세라티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데, 기아 옵티마 디자인도 괜찮지 않아?”

미국 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현지인들의 대화를 본의 아니게 엿들었다. 직업병이다. 자동차 얘기만 나오면 귀가 쫑긋 세워진다. 지난 일요일 아침, 식사를 하던 도중 뒤편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익숙한 단어를 늘어놓자 음식을 씹는 속도가 느려진다. 나도 모르게 그들의 대화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나 보다.

 

주된 내용은 자동차 디자인 관련 내용이었다. 비교적 여유 있어 보이는 40대 부부 두 쌍이 앉아서 식사 중에 차 얘길 꺼냈다. 이들은 처음엔 마세라티(Maserati)를 많이 언급했다. 이들이 타는 차가 뭘까 궁금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아차 얘기도 나왔다. 힐끗 쳐다보니 모자 쓴 덩치 좋은 아저씨가 옵티마(국내명 K5)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며 여러 주장을 펴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대화를 들으니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오갔다.

 

‘미국인들이 밥 먹으면서 현대도 아닌 기아차 얘기를 하다니 세상 참 많이 변했군…’

 

 

현대 엑센트의 모습. (사진=박찬규 기자 star@reporterpark.com)

 

 

◆ 싼 차에서 좋은 차로… 북미 수출 28년, 현대차 위상 달라졌다

 

 이미 알려졌다시피 현대차는 1986년 엑셀 수출을 시작으로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이후 1989년 쏘나타, 1990년 스쿠프, 1991년 엘란트라, 1994년 엑센트 등 값이 싼 중소형 차종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서 이름을 알려왔다. 아울러 멋진 유선형 디자인으로 큰 호응을 얻은 쿠페, 티뷰론은 1996년에, 싼타페와 그랜저를 나란히 2000년에 출시하며 라인업을 조금씩 늘려나갔다.

 

 

그랜저 TG (현지명 아제라) (사진=박찬규 기자 star@reporterpark.com)

 

 

당시만 해도 미국 내에서 현대-기아차는 ‘가격이 저렴하고, 비용 대비 품질이 우수한 차’로 평가 받았었다. 이런 평가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엔 일종의 콤플렉스로 작용했다. 우리나라에선 꽤 잘나가던 그랜저-오피러스 쌍두마차도 경쟁자가 넘쳐나는 미국시장에선 큰 힘을 쓰지 못한 채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제네시스(BH)는 미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리며 현대차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사진=박찬규 기자 star@reporterpark.com)

 

 

결국 고급차 라인업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현대는 2008년 제네시스(Genesis)를 내놓고 세계 유수 명차에 도전장을 던졌다. 오랜 시간 간절히 바란 탓일까. 북미시장에 출시되자마자 매달 1,000대 이상이 팔려나가는 돌풍을 일으켰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아시아권 고급차 가운데 처음으로 ‘2009 북미 올해의 차’에 선정됐고, 캐나다에서도 ‘2009 캐나다 올해의 차’로 선정되며 브랜드 위상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가능성을 본 현대는 후륜구동(FR) 스포츠카 ‘제네시스 쿠페’에 이어 2010년 말 플래그십 ‘에쿠스’까지 라인업을 확장, 글로벌 업체로의 자신감을 마음껏 펼쳤다.

 

 

주유소에서 만난 기아 스포티지R. (사진=박찬규 기자 star@reporterpark.com)

 

 

◆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현대-기아차

 

 고속도로를 한참 달리다 보면 다양한 차종을 만나게 된다. BMW, 벤츠, 포르쉐, 폭스바겐, 아우디 등 유럽 브랜드는 물론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 업체 차종에 테슬라도 꽤 많다. 여기에 토요타, 렉서스, 닛산, 인피니티, 스바루, 마쯔다, 미쓰비시 등 일본 브랜드와 함께 현대, 기아까지 가세하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축소판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지금은 미국 도로에서 현대-기아차를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호텔이나 쇼핑몰 주차장에서도 현대-기아차가 꽤 많다. 주차된 차는 주인이 한국 사람인지 아닌지 알 길이 없지만, 도로 위를 달리는 차를 몰고 있는 건 대부분 외국인이다.

 

 

 

쇼핑몰 주차장에 크라이슬러 300C와 나란히 세워진 쏘나타 하이브리드. (사진=박찬규 기자 star@reporterpark.com)

 

 

가장 많이 보이는 건 단연 YF쏘나타, 옵티마(K5)와 엘란트라(아반떼MD)다. 싼타페와 쏘렌토도 자주 목격된다. 물론, 해당 모델들의 하이브리드 버전이나 고성능 버전도 비슷한 비율로 볼 수 있다는 건 미국 시장의 특징 중 하나.

 

게다가 예전엔 현대-기아차가 개성이 없어서 눈에 잘 띄지 않았지만, 요샌 멀리서 봐도 눈에 확 띈다. 디자인 변화가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 요인인 셈이다. 특히 경제 위기로 미국 빅3의 휘청거림, 지진 등 자연재해와 리콜 카운터 펀치로 그로기 상태였던 일본 업체들 사이에서 큰 성장을 거둔 점은 이들에게 오히려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오르는 계기가 됐다. 간단히 말하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던 현대-기아차가 이젠 ‘견제 대상’이 됐음을 의미한다.

 

 

기아차도 위상이 많이 올라갔다. (사진=박찬규 기자 star@reporterpark.com)

 

 

◆ 브랜드 인지도와 수익성… 두 마리 토끼 잡으려면?

 

토요타-닛산-혼다 등 일본 3사는 북미시장에서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별도의 렉서스-인피티니-어큐라 등 개별 고급 브랜드를 내세우는 전략을 폈다. 그렇지만 현대-기아차는 모델 차별화 외엔 별도의 고급 브랜드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기 보단 기존 이미지를 프리미엄 급으로 끌어올리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팔리는 현대-기아차의 대형차(혹은 고급차)는 제네시스 쿠페 포함 6개 차종이다. 지난해엔 K9을 제외한 5개 차종이 총 5만5,755대 판매됐으며, 제네시스가 출시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고급차 판매는 매년 18%(5년간 평균 성장률) 가량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형 쏘나타와 제네시스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박찬규 기자 star@reporterpark.com)

 

“소비층이 하류층에서 중산층으로 바뀌면서 위상이 많이 달라졌고, 일부 신차(싼타페DM)의 경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전시할 차조차 없어요.”

 

2년 전 현대차가 연비 파동으로 곤욕을 치를 시기,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최대 딜러 <푸엔테힐 현대(Puente Hills Hyundai)>의 샘 림(Sam Lim) 사장이 들려준 얘기다. 여러 상황이 짜증 날 법하지만, 오히려 자신감에 넘쳤다. 배경은 당연히 제품력 그리고 개선된 회사 이미지 덕분이다.

 

당시 그는 “방심은 금물”이라고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경쟁이 매우 치열하기 때문에 점유율이 조금만 높아져도 바로 견제가 시작된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팔리는 고급차 라인업은 모두 국내 공장에서 생산되는 만큼 국내 공장 수출액 증대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국내 공장 수출액이 2013년 25조5,191억7,100만원으로 2008년(19조8,976억2,500만원) 대비 28.3% 늘었다. (해당년도 사업보고서 기준)

 

해외 수출차의 대당 평균 가격도 2013년 3000만5,000원으로 2009년의 2,606만5,000원 대비 15.1% 증가했으며, 여기에는 해외 시장에서의 고급차 판매 확대가 큰 역할을 했다. 제네시스, 에쿠스, K9 등은 미국 시장에서 고급차 판매가의 지표라고 인식되는 5~6만 달러 대에 포진하고 있다.

 

그렇지만 올해는 현대차의 경우 제네시스를 제외하고 모델 노후화, 기아차의 경우 K9의 초기 시장 진입 시 어려움 등으로 실적이 다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회사는 지속적인 브랜드 인지도 제고 통해 차차 극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딜러에서의 한국인 구매비율은 10% 내외에 불과하다.

 

 

LA오토쇼 현대차 부스의 모습 (사진=박찬규 기자 star@reporterpark.com)

 

 

<사우스베이 현대(Southbay Hyundai)>의 맥스 정 매니저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봤다.

“품질 경쟁력 없이는 살아남기 힘들 겁니다. 지금은 일본업체들의 공세가 꽤 심하거든요. 여러 품목을 기본 탑재하고 가격까지 낮춰서 그야말로 파상공세죠. 이런 와중에 현대는 제 값 받기 운동 하는데, 솔직히 경쟁이 쉽지 않아요. 품질은 비슷한데 여러 조건이 좋으니까요. 게다가 기아차의 성장세도 현대로선 부담이죠.”

 

미국시장의 터줏대감은 물론, 부활한 일본 업체들에다 형제 회사와도 경쟁해야 하니 그야말로 삼중고 상황이다.

“주제 넘을 지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을 헤쳐나갈 방법은 ‘철저한 품질관리’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결국 연구개발에 더욱 많은 힘을 쏟아야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의 진심이 느껴지는 한 마디였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러 소재의 고급화와 함께 보다 정밀한 설계가 뒷받침 돼야 한다”면서 “’타보니 좋다’는 입소문이 날 수 있도록 뛰어난 품질과 함께, 경쟁사들의 견제를 이겨낼 마케팅도 함께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고급차는 겉모양도 중요하지만, 탔을 때 느껴지는 첫 번째 느낌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로스앤젤레스(미국)=박찬규 기자 star@reporterpark.com

 

 

*2014년11월28일, RPM9에 제가 쓴 기사를 각색한 글입니다.

링크- http://www.rpm9.com/news/article.html?id=2014112809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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