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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파노라마 선루프. 과연 안전한가? _현대차 이해 그리고 소통

[1] 자동차/뉴스

by 박찬규 기자 2013. 3. 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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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san, Korea -- reporterpark.com] Gimin Kim, 2013.03.02.Sat.

 

“파노라마 선루프는 왜 깨졌을까?”

 요즘 이슈가 된 질문입니다. 동호회를 비롯, TV에서까지 선루프가 깨진 이유를 놓고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죠. 운전 중 전해지는 진동이나 유리가 취약한 고유진동수, 혹은 날아오는 돌멩이 등 많은 이유가 있을 겁니다.

 

 지난 27일이었죠, ‘선루프’를 주제로 현대자동차의 ‘이해 그리고 소통’ 프로그램이 울산에서 진행됐습니다. 현대기아차에 파노라마 선루프를 납품하는 베바스토동희 울산공장에서 말이죠. 그래서인지 ‘파노라마 선루프의 오해와 진실’이라는 거창한 제목도 붙어있더군요.

 

 

 

 베바스토동희는 자동차 공조부품 회사인 독일 베바스토(Wevasto) 그룹과 동희산업의 합작으로 1987년 세워진 회사입니다. 특히 이 회사의 울산 공장은 전 세계에서 파노라마 선루프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이라고 하네요. 일단 직원 외에는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이 회사의 울산 공장에서 열렸다는 점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럼 이곳에서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 살펴보죠. 이 행사의 주제는 물론 ‘파노라마 선루프의 안전성’이었습니다. 더 정확히는 ‘파노라마 선루프가 쉽게 깨지면 안 되는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와 관련된 내용은 베바스토동희에서 선루프 품질을 담당하는 김기성 이사가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베바스토동희와 현대자동차는 이번 행사를 위해 독일 베바스토 본사와 긴 협의를 거쳤고요, 그만큼 고객과 소통하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김 이사의 말입니다. 수많은 후발주자들과의 경쟁 때문에 생산 공정이나 테스트 과정을 단 한번도 외부에 공개한 적이 없지만, 선루프와 관련된 오해를 풀기 위해 어렵게 마련한 자리라는 겁니다.

 

 파노라마 선루프의 구조와 생산 과정에 대한 간략한 설명도 이어졌습니다. 먼저 선루프의 기본이 되는 글래스(유리)는 단 3곳에서만 들어온다고 합니다. KCC의 자회사인 KAC, 한국 세큐리트, 세진글라스 등이 그 예죠. 품질이 떨어지는 중국산 유리나 여타 업체 제품은 들여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파노라마 선루프 생산 과정, “확인 또 확인"
 이날은 싼타페(DM)의 파노라마 선루프 생산 라인과 품질을 테스트하는 시험실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생산 라인은 대부분 과정이 전자동으로 이뤄집니다. 간단한 볼트를 조이는 데에도 자동으로 토크(볼트를 감는 힘)와 개수를 체크하는 기계가 있을 정도이니까요, 감이 오시죠?

 

 특히 모든 과정은 풀-프루프(full proof)가 이뤄진다고 합니다. 2~3중으로 제품을 검사하기 때문에 생산 과정에서 임의로 제품을 빼거나 넣을 수 없다는 얘기라는군요. 모든 제품에 붙은 바코드가 큰 역할을 하는군요.

 

 공장에서 살펴보니 파노라마 선루프는 총 13개 공정을 거쳐 자동차 제조사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조금 흥미로운 사실은, 13개 중 절반이 조금 안되는 5개가 검사 공정이라는 점입니다. 접착제는 잘 붙었는지, 단차는 없는지, 작동하는데 소리는 안 나는지 등을 검사하고, 그제서야 비로소 자동차 제조사로 넘어간다는 거죠.

 

 가장 특이했던 건 작동 중 소음을 확인하는 소음 검사실이었습니다. 검사원이 방음처리 된 방에서 모든 선루프의 소음을 테스트 하는 과정인데, 단순히 기계적인 db(데시벨) 측정이 아니라 사람이 직접 귀로 듣는 ‘감성 검사’가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이어 방문한 곳은 시험실입니다. 내구성과 잡음, 강도, 내열성, 자외선 변색과 유해물질 성분 분석 등 수십가지의 테스트가 이뤄지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가장 가혹한 도로로 알려진 ‘벨지안로드(Belgian road)’를 구현한 시뮬레이션 주행 테스트, 영하 10도와 영상 70도를 넘나들며 1만회 이상 작동 확인하는 내구 실험, 작동 중 나는 잡음을 잡아내기 위한 무향실까지… 선루프를 만들기 위해 거치는 시험인 겁니다. 물론 이런 시험을 통과했더라도 생산 중에 문제는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샘플을 뽑아 테스트한다고 합니다.

 

 시험실 안내를 맡은 베바스토동희의 이승원 차장은 "내구, 잡음, 진동, 강도, 내열 등 모든 품목에서 관련 기준보다 훨씬 가혹한 환경에서 테스트 한다”고 강조하더군요. 단순히 규정만 만족시키는 제품을 만든다는 게 아니라는 거죠. 특히 227g의 쇠공을 국내 기준보다 높은 3.05m에서 떨어뜨려 테스트하는 ‘글래스 낙하충격 시험기’를 도입했습니다. 유리 강도에 대한 더 높은 보증 기준을 세우고자 한 건데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론 유리 회사에서만 진행하면 되는 과정이니까 말이죠.

 

 이 과정에서 아쉬웠던 건 복합적인 조건을 고려한 테스트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실제로 주행 중에는 진동, 발열, 충격 등 여러 요소가 한꺼번에 작용할 수도 있을 텐데 말이죠. 이 점에 대해선 회사측에서도 문제를 인식하는 듯싶었습니다. 실차 무향실이나 다축진동시험기 등 복합적인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장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참가자들이 꽤나 흥미를 보인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다름아닌 선루프를 부수는 장면이었죠. 뭉툭한 망치와 끝이 날카로운 장비로 직접 선루프를 부쉈는데요, 가해지는 힘의 특성 탓에 다른 종류의 파편이 나오는 걸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방송에서 문제를 제기했던 파편에 대한 설명도 이 자리에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방송에 나온 것처럼 뭉툭한 충격(5kg 짜리 아령 등)이 전해지면 긴 파편이 나오고, 날카로운 장비로 깨면 작은 파편이 나오는 거죠. 그런데 원래 파손되는 거 측정할 때 쓰는 도구는 날카로운 장비랍니다.

 

 이날 선루프 유리를 3장이나 깨면서 현대차와 베바스토동희가 강조한 게 있습니다. “안전 기준보다는 훨씬 튼튼하다는 것”과 “접합유리는 선루프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깨져도 파편이 적게 생기는 접합유리는 두께와 높은 비용 때문에 선루프에 당장 적용하기는 힘들고, 현재 선루프에 적용되는 강화유리에 비해 강도가 훨씬 낮다고 하네요. 파편은 덜 튈지 몰라도 오히려 충격에 약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습니다.

 


“현대차, 한 걸음 더 나아가길...”
 행사는 전반적으로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참여하기 전부터 가장 궁금했던 ‘왜 깨지는가’에 대한 내용 보다, ‘파노라마 선루프가 얼마나 튼튼한지’와 ‘아직까지 강화유리가 최선’이라는 점에 집중한 점은 분명 아쉬웠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파노라마 선루프에 대해 확실히 마련된 안전 기준은 따로 없습니다.

 

 하지만 세계 5대 자동차 제조사로 손꼽히는 ‘현대자동차’라면, 다른 메이커들이 깜짝 놀랄만한 강력한 안전 기준을 세우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다른 브랜드가 이렇다, 법이 어쨌다” 등 핑계 대지 말고 말이죠. 파노라마 선루프를 탑재한 자동차 수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한국. 그만큼 선루프에 대한 문제와 불만도 많을 수밖에 없겠지만, 반대로 이를 기회 삼아 ‘팔로워(Follower)가 아닌 리더(Leader)로서 시장을 선도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이런 게 진정한 "New Thinking"이고 "New possibility"가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마지막에 현대차 남양연구소 책임연구원의 말이 문득 떠오릅니다. "내 아이가 타는 차를 설계하는데 위험하고 안 좋게 만들겠습니까?"라는 진심어린 말 한 마디가 머릿속에서 맴도는군요.  

 

 이상 울산에서 Gimin 이었습니다.

 

 

<블로그 링크>

http://blog.naver.com/verticalgun/

 

 

[정리 - Justi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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