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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A 2010] 국산 상용차, 유럽에는 설 땅이 없다

[2] 모터쇼/Hannover, Germany

by 박찬규 기자 2010. 10. 1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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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럭도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주문 제작이 가능하다

[Hannover, Germany -- reporterpark.com] 박찬규, 2010.10.10.Sun.

"한국도 트럭을 만드나요?"

전시장을 찾은 한 유럽인의 충격적인 발언에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지난 23일 독일
하노버에서 개막한 '2010 하노버 국제 상용차 박람회'에 현대기아나 타타대우 같은 국내 상용차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어서다. 특히 이번 63회 국제 상용차 박람회는 43개국 1,751개 업체가 참여해 신차 272종을 쏟아낼 만큼 높은 중요성을 지닌 상용차 모터쇼였으나 한국업체의 이름은 없었다. 그나마 한국타이어가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상용 타이어를 선보인 것이 고작이었다.

한국 업체가 유럽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환경 규제다. 현재 유럽은 유로5 규제를 넘어 유로6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이제 막 유로5 기준을 맞춘 한국보다 친환경 부문에서 한 발 앞서가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는 이제 유로5에 대응하는 차를 내놓을 예정으로 알고 있다"면서 "환경 규제는 물론 안전성과 편의성, 내구성 등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이기에 전시회 참가가 무의미했다고 볼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 세트라 2층버스의 실내공간


제품력에서도 확실히 유럽 브랜드가 앞선다. 친환경 기술은 물론 안전과 편의품목에서도 격차가 확실히 드러났다. 먼저 친환경성을 살펴보면 현재 유럽의 여러 제조사들은 유로6의 이전 단계인 EEV 레벨을 충족시키는 신차를 내놓고 미래 친환경 운송수단에 대비하고 있다. 업체들은 DPF 같은 후처리 필터를 쓰지 않으면서도 배출가스 규제를 만족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국내업체는 유로5 규제를 충족시키는 SCR 방식의 트럭을 오는 10월 선보일 예정이다. 그동안 요소수용액을 주입하지 않는 EGR 방식이 국내 현실에 맞는다는 주장과 상반되는 행동이다. 물론 환경이 변화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항변하지만 선진 업체의 발빠른 대응을 보면 이는 단지 핑계로 들릴 뿐이다.

↑ 버스에 탑재된 차간 거리 조절을 위한 레이더


안전품목도 차이가 크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앞차와 거리 조절은 기본이고, 사고 위험을 감지하면 알아서 멈춰 서고 추돌 때에는 운전석 위치를 변화시켜 운전자의 부상을 최소화 하는 기술을 탑재한 차도 공개됐다. 여러 차례 지적된 국내 업체의 상용차 안전성 문제를 떠올리면 씁쓸함만 남는다.

첨단 편의품목과 감성품질도 마찬가지다. 며칠 동안 유럽 최고급 브랜드 버스를 이용해 보니 정숙성과 승차감, 편의성에서 국내의 고급 버스와 큰 차이가 느껴졌다. 국산 승용차와 수입차의 그 것과 비슷했다. 섬세함을 강조하는 건 물론 탑승객을 배려하는 마음도 챙겨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다.


↑ 폭스바겐은 1985년 모델도 전시했다

↑ 오펠의 비바로 전기 밴


물론 한국 승용차는 웬만큼 수준에 올라서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반면 상용부문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국내 업체들이 유럽과 미국 같은 핵심 시장 이외 신흥 시장에서 꾸준한 판매 증가를 보이지만 이는 단지 '낮은 가격'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이 일반적이다. 뛰어난 제품력과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가진 유럽과 미국 상용 업체를 상대하기엔 여전히 부족한 게 많다. 오죽하면 전시장에서 만난 유럽인이 "한국도 트럭을 만드느냐?"는 질문을 했을까. 분명 짧은 시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상용차 시장은 일반적으로 승용보다 진입 장벽이 높고, 경쟁도 비교적 덜 치열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만큼 제품과 브랜드 충성도가 매출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탓이다. 뛰어난 제품력을 보유하는 건 물론 소비자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심어줄 때 비로소 문이 열리는 법이다. 이런 확신은 단지 가격과 모양 흉내내기로 실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유럽 업체들이 끊임없이 소비자와 '소통'하고 그들에게 최대 편익을 제공하려 노력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이유다. '비싸니까 가능한 게 아니라 가능하기에 비싼 것'이라는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하노버(독일)=박찬규 기자 sta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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