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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그들이 ‘2009 서울모터쇼’를 외면한 까닭은?

[1] 자동차/시승기, 칼럼, 르포

by 박찬규 기자 2009. 1. 2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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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Korea -- reporterpark.com] 박찬규, 2009.01.23.Fri.

세계적 경기침체의 여파일까? 멋진 디자인의 자동차와 화려한 조명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던 무대로 기억되는 모터쇼에도 불황이 찾아왔다. 지난 1 11일 개막한 5대 모터쇼로 꼽히는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북미 국제 오토쇼, NAIAS)에서도 여러 업체가 불참을 통보해 지난 전시회보다 관람객도 많이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서울모터쇼’ 하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모터쇼로 알려진 것이 사실이다. 또한, 세계자동차공업협회(OICA)에서도 공인한 국제 모터쇼이기도 하다. 이런 서울모터쇼가 여러 수입 자동차 업체들의 잇따른 불참으로 ‘반쪽 모터쇼’가 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현재까지 불참을 통보한 업체는 BMW, GM, 크라이슬러, 볼보, 포르쉐, 미쓰비시, 닛산, 인피니티, 재규어, 랜드로버, 스바루, 페라리 등이다. 이들 업체들은 대부분 경영사정의 악화를 이유로 불참을 선포했다.

 

이중 화두에 계속 거론되는 업체는 바로 ‘BMW. 그 이유로는 국내 수입차 판매를 이끌어 온 맏형 격인 BMW가 불참을 선언함에 따라 눈치를 보던 여러 업체들이 덩달아 불참을 선언한 데 있다.

 

BMW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 다양한 라인업의 신차를 선보이며 불황 속에서도 당당히 수입차 판매 2위를 기록, 저력을 발휘했다. 판매 1위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혼다가 차지한 반면, 비교적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는 BMW가 판매 2위를 차지한 점은 눈여겨볼만하다.

 

이런 상황에서 BMW를 비롯, 다양한 수입차 업체들이 대한민국의 대표 자동차 전시회인 ‘2009 서울모터쇼’의 불참을 선언하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BMW, ‘리딩 컴파니역할 아쉬워

 

BMW는 시장을 리드하는 리딩 컴파니로서, 국내 시장에선 수입차의 대명사로 여겨질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BMW의 불참 선언은 모터쇼 참가를 고민하던 여러 업체의 동반 불참을 결정하게 된 빌미로 작용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요소다.

 

서울모터쇼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 대해 “신생 업체나 판매량이 저조한 몇몇 업체가 참가하지 않는 것과는 다르다”며, “서울모터쇼에는 불참을 선언하면서 상해모터쇼에만 참가하는 행위는 우리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 말했다.

 

네티즌들 또한 기대했던 멋진 차를 볼 기회를 놓쳐 원성이 크다. 자동차 전문 블로거들도 서울모터쇼에 불참하는 수입차 업체들에 대해 질타를 가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불참을 결정한 대부분의 업체 측에서는 전 세계적 경제 불황으로 참가 포기를 결정했다고 입을 모아 한 목소리로 일관했다.

 


과연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

 

책임 공방론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우선 파문이 커지는 데 한 몫을 한 BMW측에 책임이 있고, 모터쇼 조직위의 안일한 대처가 불씨를 키운 격이다. 그러나 커진 불길은 잡히지 않고 여전히 업체측과 조직위 측은 갑론을박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한국 시장에서 그동안 많은 판매 대수를 기록했고, 비교적 안정적인 경영을 펼친 업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BMW측은 모터쇼 불참에 대해 “BMW 그룹 코리아는 한국 시장의 중요성과 서울모터쇼의 상징성을 고려 2009 서울 모터쇼에 참가할 계획이었으나, 전 세계적인 경제불황으로 인하여 BMW 그룹의 전체 비용 감축 정책에 따라 유감스럽지만 불참을 결정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포르쉐도 입장을 밝혔다. 포르쉐는 “그동안 고객시승행사를 많이 주최해 왔고, 앞으로도 고객들에게 시승행사 등을 통한 포르쉐를 경험할 기회를 꾸준히 제공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모터쇼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올해 BMW 7시리즈를 약 3000대나 팔 예정이라 밝힌 BMW코리아의 말이 떠오른다”면서, “업체들이 최고급 차량을 그렇게 많이 팔 작정이면서 정작 많은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막는 행동을 하고 있다. 말이 안 된다.”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한국닛산은 “한국닛산㈜는 2009년 서울 모터쇼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이는 현재 전세계가 겪고 있는 경제적 위기 상황을 고려해 내린 결정으로, 주어진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함이며, 이를 통해 2009년 새로 출시되는 닛산과 인피니티 개별 모델에 좀 더 초점을 맞춰 각각에 맞는 마케팅 및 고객 서비스를 통해 타깃 소비자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다가가기 위함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모터쇼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닛산은 몰라도 인피니티는 한국 시장에서 많이 팔았으니 나와야 하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한국닛산 측은 “닛산과 인피니티 두 브랜드 모두 고심해 내린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면서, “이번 결정은 현 상황과 같이 현명한 자원분배가 요구되는 시점에서 한국닛산이 주요 타깃과의 보다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주력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위 업체들의 불참 사유를 살펴보면 회사 사정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차를 사람에게 집중하겠다는 뉘앙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성격이 다른 회사인 포르쉐는 제외 하더라도, BMW와 인피니티는 이번 모터쇼에 참가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꼭 차량을 구입해야만 고객인가?”라며 반문했다.

 

그리고 어려운 회사 여건으로 불참을 선언한 GM과 볼보, 미쓰비시 등도 대해 조심스레 입장을 밝혔다.

 

GM코리아 관계자는 “경기 불황과 자동차 시장의 침체로 어려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GM Korea는 소비자들께 보다 실질적인 혜택을 드릴 수 있는 프로모션 및 마케팅에 예산을 집중하고 총력을 기울이고자, 부득이하게 모터쇼에 불참하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볼보자동차코리아 관계자는 “모터쇼 참가 여부를 놓고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다. 굉장히 어려운 결정이었다. 경기가 생각보다 좋지 않다. 모터쇼에 사용할 비용을 고객을 위해 사용하겠다. 볼보의 참가를 바라셨던 분들께는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미쓰비시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오래되지 않아 아직 제대로 자리를 못 잡은 상황이라 어렵게 결정했다.”면서, “고객 시승행사 등 고객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모터쇼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아쉽지만 회사 사정이 어려운 점 충분히 이해한다.”며 “GM GM대우의 부스를 일부 활용하면 되고, 타 업체 또한 해외 모터쇼에서도 불참하고 있는 점 고려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업체와 조직위 양 측은 서로에게 책임 떠넘기기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서울모터쇼 조직위 측이 뒤늦게 참가비 할인도 해주고 운송료 지원도 해주는 등의 ‘액션’을 취하고 있지만, 이미 불참을 선언한 마당에 업체들이 결정을 번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전했다.


업체와 조직위 모두가 서로의 장삿속이나 자존심 때문에 싸우는 것은 아닐까?


(사진설명: 파리모터쇼는 진정한 모터쇼이자 누구나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이었다.)


서울모터쇼는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축제

 

서울모터쇼 조직위원회 측에서는 상황이 악화되자 아래의 견적표를 불참 선언을 한 업체들에게 배포한 바 있다.

장소

비용/면적

원화 환산 금액

독일, 프랑크푸르트

147 유로/ m² (07)

267,410

일본, 동경

27,300 / m² (09)

411,659

중국, 북경

1,400 위안 / 100 m² 미만

278,279

800 위안 / 100 m² 이상 (08)

159,016

한국, 서울

190,000 / m² (’09)

171,000 (10% 인하)


이 견적표를 받은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수치상 비용은 저렴할지 몰라도, 실제 비용대비 효과라던가 하는 부분에서 타 모터쇼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해외 유명 모터쇼에 비해 부족한데, 당연히 저렴해야 할 참가비를 저렴하다고 강조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라며, “서울모터쇼를 유명 모터쇼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라고 말했다.

조직위원회 측에서는 관람객 숫자에만 관심이 있어 100만 관람객이라는 수치에 너무 일찍 안심을 한 결과로, 본질적인 볼 거리인 월드 프리미어 차량과 같은 희소성 있는 차량을 유치하지 못한 책임도 분명 존재한다.

사실 모터쇼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조직위원회뿐만 아니라 참가 업체에도 큰 책임이 있다. 업체가 멋진 차량과 수준 높은 부스를 관람객에게 보여줄 의무가 있기 때문에, 업체들은 본사를 설득해 축제를 함께 만들어 가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어느 쪽도 잘한 쪽은 없는 것이다.

이 기사를 기획하고 취재를 진행하며 아쉬운 점은, 업체들이 마치 미리 토론이라도 한 듯 비슷한 대답만 반복 한다는 점이다. ‘서울모터쇼이야기를 꺼내면 긴장하고, 대답은 매우 신중하게 원론적인 이야기만 전하는 모습에서도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문제를 일단 피하고 보자 라는 식이다. 무언가 납득하기 힘든 구석이 많다. 물론 당당하게 우리 회사는 돈을 못 벌고 있습니다.”라고 밝힐 업체 또한 없겠지만 말이다.

그동안 모터쇼 참가 업체들은 흥미를 끌어 더욱 많은 홍보 효과를 누리고자 레이싱 모델을 고용했고, 관객이 늘어 양적 성장을 희망했던 주최측에서도 이를 반대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업체들의 지나친 경쟁으로 현재는 자동차보다 모델이 우선시 되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발생해 멋진 차를 기대했던 수 많은 사람들이 서울모터쇼를 외면하게 되고, 차보단 모델이 우선시 되는 웃지 못할 상황에 이르게 된 것.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업체들은 스스로 자초한 위기를 핑계로 서울모터쇼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주최측에서는 적당한 기준을 마련해 본질을 흐리는 과도한 경쟁을 막아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을 해결하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이 미흡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불참한 업체들이 주장하는 바인 고객에게 얼마나 많은 혜택을, 어떤 혜택을 줄 수 있을 지는 올 한해 동안 지켜볼 일이고, 서울모터쇼 발전 방향에 대해 업체들이 함께 자구책을 마련해 모터쇼의 수준을 높이는 방법도 있었을 터. 업계는 물론 업계와 조직위가 그런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한 흔적도 없이 이런 불미스런 사태가 생긴 데에는 분명 문제가 있으니 짚고 넘어갈 필요성이 있다.

업체와 협회가 현재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채로 다음 모터쇼를 맞이한다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꾸준히 참가해온 업체마저 명분을 잃게 될 것이다. 앞으로 국내에서 모터쇼가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차량을 당장 살 사람만 고객이 아니다. 자동차 그 자체와 브랜드를 사랑하는 사람 역시 고객이다. 남녀노소, 내국인 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모터쇼가 열리는 행사장을 찾으니 모터쇼는 단순히 자동차 전시회가 아니라 세계인이 함께하는 일종의 축제라 할 수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모터쇼의 중심은 바로 자동차이고 관람객이다.

따라서 그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가 모터쇼에서 차지하는 중요도와 역할은 절대적이고, 업체 측은 모터쇼를 통해 그동안 성원을 보내준 소비자들에게 서비스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조직위원회의 중재자로서의 역할 또한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모터쇼는 그 나라의 문화가 녹아 있는 축제.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축제로서 인식하고 어려운 상황을 함께 헤쳐 나가는 모습을, 문제 해결을 위해 화합하는 모습을, 그리고 수준 높은 모터쇼가 열릴 모습을 기대해 본다.

[글, 사진 : 박찬규]

http://reporterpark.com
박찬규 기자 (朴燦奎, Justin Park)

## 이 기사는 월간 '카티비 매거진' 2월호에 수록되어 지하철 가판대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단돈 천원!!) ##

* 박찬규 기자는 현재 자동차 전문 방송 카티비(Car-tv.tv) 기자로 활동 중에 있습니다.
* 기회가 된다면 추후 이벤트를 통해 매거진을 선착순으로 발송해 드리고 싶습니다. 방법은 한번 회사측과 상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주의: 본 특집기사는 차를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의 개인 블로그에 원본 그대로 스크랩 하는 것은 허용합니다. ^^
그러나 차량 딜러 등 상업적 용도로 허락 없이 퍼가시면  바로 조치 들어갑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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