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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쇼의 꽃은 레이싱걸 아닌 ‘자동차’

[1] 자동차/시승기, 칼럼, 르포

by 박찬규 기자 2012. 11. 11.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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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쇼의 꽃은 레이싱걸 아닌 ‘자동차’ By munshuu


 

회사의 철학을 보여주는 사례. 전시물 하나로 모든 것을 말하고 있다.

모터쇼는 지역과 성격에 따라 오토쇼, 오토살롱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수많은 자동차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은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여러 연관 산업을 자랑하는 자동차 산업의 성격상 어마어마한 규모로 개최 지역의 축제로 인식되는 게 일반적이죠. 따라서 여러 자동차 제조사들은 생산물인 자동차를 돋보이게 하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합니다.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게 회사잖아요.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더욱 관심을 끌게 할 요소가 무엇인가? 남보다 돋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돈 조금 들이면서 최대의 효과를 누려야 하는데’ 등의 고민이 생기게 마련이죠. 그래서 자동차 옆에 예쁜 언니(?)를 세우기로 한 겁니다. 차와 어우러져 보기 좋고 차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했으니까요.

자동차 문화와 함께 발달한 게 바로 사진기 입니다. 카메라 말이죠. 먹고 살 만하니까 애인이랑 차 타고 놀러 가고 싶고, 놀러 가면 기념으로 사진도 찍어야 합니다. 실력 향상을 위한 노력은 일단 시간이 없으니 단순한 길을 선택합니다. 장비를 업그레이드 하면서 어느 정도 실력을 감출 수 있게 된 거죠. 모르는 사람이 보면 “우와~~” 하는 리액션도 해 주니까 말입니다. 이런 장비를 갖추고 나니 예쁜 언니 찍고 싶어지죠. 모델 따로 섭외하자니 비용도 만만찮고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이러던 찰나, 가장 큰 전시 중 하나인 모터쇼를 주목하게 되죠. 단돈 만원이면 프로 모델을 하루 종일 찍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어느 부스에 어떤 모델이 있고 누가 예쁘더라”이런 정보는 기본입니다. 그렇죠? 모델을 기용한 부스 관계자들은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과 예쁜 언니를 보며 므흣한 미소를 짓겠죠. 물론 다른 부스에서도 이미 정보를 입수, 더 예쁘고 몸매 좋은 모델을 준비 했을 겁니다.

이런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더 예쁜 모델, 더 유명한 모델, 더 많은 모델을 내세우다 결국 ‘모델쇼’ 라는 오명까지 쓰게 됐죠. 모 다른 모터쇼 이야기가 아니라 국내 모터쇼 이야기 입니다.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도 장난 아닙니다. 그야말로 모델쇼죠. 옷을 입은 건지 벗은 건지 구분이 안 가는 복장으로 화려한 조명 받으며 서 있는 그녀들을 보면 한숨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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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수석디자이너 반 호이동크가 직접 차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물론 나를 위해서 말이다. 모델쇼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다.

“모터쇼는 모두의 축제”
다시 말하지만 모터쇼는 축제입니다. 즉, 모두가 즐기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모델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몰려든 인파들은 병풍처럼 가리고 서 있어서 차를 구경하기가 참 힘듭니다. 그들을 뚫고 좋은 자리를 차지한다고 해도 모델이 멋진 차의 주요 부위를 다 가려서 모가 바뀐 건지 헷갈릴 정도죠. 돈 내고 모델 찍겠다는 게 잘못됐다는 게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돈 내고 차 보러 온 사람들을 밀쳐내는 건 웃긴 얘기입니다.

모터쇼면 말 그대로 차가 주인공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회사의 방향성을 드러내는 게 바로 컨셉트카죠. 그런 차를 만들어야 실제로 우리가 타는 양산차를 잘 만들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평소 보던 차가 아닌 상상속의 그런 차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바로 모터쇼라는 점에서 아이들에게 모터쇼는 매우 중요한 자극이 될 수도 있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차를 보고 감동을 받아 먼 훗날 전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자동차 디자이너가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모를 일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는 자동차만 보기도 벅찹니다. 차 옆에 모델이 있다 해도 그야말로 보조적 역할 뿐이죠. 결코 차를 가리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모터쇼의 주인공은 자동차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동차 그 자체를 보고 감동을 받을 수 있도록 업체 스스로가 노력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큰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행사를 기획, 운영하는 조직위원회에서도 자정 노력을 보여야 ‘웃긴 동네 잔치’라는 비아냥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더욱 성숙한 모터쇼가 열리길 기원합니다.

 

 

박찬규 기자 star@repor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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